ADVERTISEMENT

"돈 없다" 논 가운데「텐트 사무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기발한 이름 알리기>
○…선거전이 중반으로 접어들면서 각 후보들은 기발한 아이디어를 동원, 이름 알리기 작전을 펴고 있는데 서울 동작구의 박문수 후보(민주·50·지구당위원장)는 자신의 이름이 조선시대에 이름을 날렸던 암행어사「박문수」와 같은 점에 착안, 지구당 창당대회 때「암행어사 출두요」라는 플래카드를 앞세우고 입장.
박 후보 선거운동본부측은 이 같은 이름 알리기 작전이 눈길을 끌자 각종 홍보물에 암행어사마패를 새겨 지역구민들에게 배포하고 선거 유세장에서는 어사깃발을 흔들며 어사출두 장면도 연출할 계획.
○…서울 성동을 민자당 김도현 후보(49)는 자신을 북한의 김정일과 비교한 홍보 문구로 구설수.
김 후보는 자신을 선전하는 홍보물에「김정일을 압도하는 민족민주운동경력, 투철하고 탁월한 민족사관적 통일이론」이라는 문구를 넣었는데 이를 본 유권자들이『김정일이 민족운동을 했다는 것이냐』『결국 김정일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냐』며 항의 전화를 해와 곤욕.
지구당 관계자는 이에 대해『김정일이 북한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된 것처럼 김 후보를 한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부각시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

<이름 같아 곤욕 치러>
○…서울 용산구에 출마한 신정당 김동주 후보는 수서 사건으로 형이 확정돼 국회의원 피선거권이 박탈된 김동주 의원(경남 양산·전 민자당소속) 과 한자 이름까지 같아 지역 주민들이 혼동을 일으키는 바람에 선거 운동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고 하소연.
김 의원과 구 통일민주당에 함께 몸담기도 했던 김 후보는 시장·상가 등을 돌면 일부주민들이『수서 사건으로 출마를 못하는 줄 알았는데 무죄석방 되었느냐』『선거구를 옮겼느냐』는 등의 질문을 던져와 이를 설명하느라 진땀을 빼고있다고 고충을 토로.
○…11일 오전11시 부평 결혼회관에서 열린 통일국민당 인천 북구을 지구당 창당대회에서 위원장으로 선출된 김숙현 후보(74)는 출마구와 전국지역구에서 최고령인 점을 인식, 『레이건은 75세 때 대통령이 됐고, 스즈키는 85세 때 지사에 당선돼 일 잘했다』며『씨름으로 1등한 사람 당선시키기로 한다면 3명(경쟁후보를 지칭) 모두 배지기로 넘길 수 있다』고 호언.
김 후보는 ▲범죄와의 전쟁 ▲후기대 입시 문제지 도난 사건 ▲대구 개구리 소년 실종 사건 등을 현정권의「새역사 창조」라고 꼬집고『민자당은 사공이 많아 배가 산으로 올라가는 정책 없는 정당이어서 10여일전 탈당했다』고 탈당 배경을 설명.

<차량 파손 잇따라>
○…총선을 12일 남겨 놓고 경기지역에서는 현수막이 분실되고 선거운동원의 차량이 파손되는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는 등 극도로 혼탁한 분위기.
11일 오전8시10분쯤 경기도 과천시 선관위사무실 앞에서 과천 의왕 선거구에 출마한 민자당 조경목 후보(55) 현수막 6장이 3등분으로 잘린 채 발견됐다. 같은 날 오전 1시쯤 민자당 공천에서 탈락, 용인군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한 김정길 후보(57·현 민자전국구의원)운동원들이 용인군 기흥읍 신갈리 네거리에 설치한 현수막 2개가 분실됐다..
이에 앞서 김 후보의 선거참모인 신동권씨(40·약국경영)의 로열 프린스 승용차가 지난 3일과 7일 이틀동안 두 차례에 걸쳐 뒷 유리와 보닛 등이 크게 파손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각 후보 싸잡아 비난>
○…충남지역에서 출마 준비를 해왔던 일부인사들이『타락한 정치판이 싫다』며 후보 등록금으로 쓰려던 돈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내놓는 등 기성정치인·각 후보들을 싸잡아 비판하고 나서 눈길.
충남 서산-태안 선거구에서 무소속출마를 준비해온 문승현씨(52·새마을운동 태안군 지회장)는 후보 등록 마감 하루 뒤인 11일『혼란스런 정치판이 혐오스러워 출마를 포기했다』며『후보 등록금으로 쓰기로 했던 l천만원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군에 기탁하겠다』고 선언.

<타락 방지 선서 제의>
○…민중당 춘천시지구당(위원장 최윤) 소속 후보 6명은 11일 금권과 흑색선전이 난무하는 타락 선거를 막기 위해『금권선거 방지를 위한 후보자 선서식을 13일에 갖자』고 각 당 및 무소속 후보에게 제안해 귀추가 주목.
이들이 제안한 합동 선서 내용은 ▲법이 정하는 범위 안에서 선거 비용 사용 ▲상호 비방 등 흑색 선전의 중지 ▲합동 유세장에 주민 동원 금지 등을 담고 있는데 다른 후보들이 이를 받아들인다 해도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
민중당 관계자는『이 제안에 각 당이나 무소속 후보들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으나 일부 당에선 방법 및 내용 조정을 요청, 사실상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며 공명선거 의지를 새삼 촉구.【춘천】
○…전북 부안에서는 총선을 앞두고『휠체어에 사랑을 싣고』와『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라는 책 두권이 때아닌 베스트셀러(?)로 등장.
민자당 고명승 후보(57·육사15기)는 지난해 12월23일 10여년 동안 투병 생활을 하다 숨진 부인을 간호해 온 자신의 간병기『휠체어에 사랑을 싣고』1천여권을 유권자들에게 배포.
그러자 국민당 최규환 후보(57·육사14기)도 이에 뒤질세라 11일 부안국교에서 열린 당개편 대회에서 유권자들에게 정주영 대표의 일대기『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1천여권을 배포, 이색적인 공방전을 전개.【부안】
○…경남 진양 선거구에 출마한 민주당 강갑중 후보는『재력도 없고 사무실을 빌릴만한 장소도 없다』며 11일 문산면 삼곡리 국도변 논 한가운데 등 4개소에 천막 선거사무소를 설치. 강 후보측은『이 간이 선거 사무소 설치에 텐트 값 10만원과 의자 등 비품비 5만원 등 15만원이 들었다』고 실명.
강 후보는『이번 선거를 검소하게 치르기 위해 이 같은 선거사무소를 차리게 됐다』고 말하고『이번 선거 기간 중 관내16개 읍·면에 이 같은 간이텐트 사무실을 1개소씩 설치할 것』이라고 기염.【진주】

<5개 은행 계좌개설>
○…광주의 정치1번지로 꼽히는 동구에서「시민후보」로 출마한 전 감사원 감사관 이문옥 후보(무소속) 측은 광주은행 등 무려 5개 은행에 계좌를 개설, 시민성금을 받는다고 선전하는 등 붐 조성에 전력.
이 후보측은 조아라 여사(YWCA명예회장)를 회장으로 한「이 후보 광주시민후원회」를 결성, 13일 결성식을 갖기로 하는가 하면 각종「보도 자료」를 언론사에 보내는 등 시민들의 관심을 끌어 모으기 위해 안간힘.【광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