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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의 '만종', 첫 한국 나들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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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교과서나 도록에서만 보았던 근대 회화의 걸작들이 한국에 온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주최로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21일 개막하는 '오르세 미술관전-만종과 거장들의 영혼'이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 미술관 소장품 중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에 이르는 시기의 걸작 44점을 가져오는 대규모 기획이다. 전시는 오르세 미술관과 전시기획사 지엔씨 미디어, 주한 프랑스 대사관이 함께 주관했다.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에 오는 밀레의 '만종'은 19세기 파리 근교 바르비종 화파의 기념비적 작품이다. 들판에서 일하던 농민 부부가 해질녘 교회 종소리에 맞춰 기도하는 장면을 담고 있다. 국민화가 고 박수근은 12세 때 '만종'을 처음 접하고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소박하고 경건한 삶을 상징하는 종교화같은 분위기지만, 발치의 바구니에 죽은 아기가 담겨있다는 추측도 나온다. 살바도르 달리 역시 이 그림으로부터 직접적인 영향을 받고 이 그림을 다양하게 해석한 작품을 내놨다.

에두아르 마네의 '피리부는 소년'은 오르세 미술관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서양 미술에서 모더니즘의 탄생을 알리는 기념비로 꼽힌다. 불필요한 장식을 삭제하고 핵심만 자세하게 강조한 기법, 원근법을 배제한 평면적 묘사 등이 특징이다. 1866년 살롱전에서 이 작품이 낙선하자 에밀 졸라가 심사위원들에게 항의서를 제출했으며 세잔.피사로.르누아르 등 인상파 화가들이 모임을 갖는 역사적인 계기가 된 바로 그 작품이다.

빈센트 반 고흐의 '아를의 반 고흐의 방'은 막 정신병이 깊어가던 작가의 불안한 내면과 예술혼을 극명하게 표출한 수작으로 꼽힌다. 원근법이 어긋난 의자, 침대 등의 집기 배치와 자극적인 원색의 색채감이 기괴한 매력을 풍긴다. 고흐와 결별한 폴 고갱이 타히티 섬에 건너가 그린 '타히티의 여인들'과 대표작'황색 그리스도가 있는 화가의 자화상'도 화제작이다.

그리스 신화를 바탕으로 신비스런 상징주의 그림을 그린 귀스타브 모로의 '오르페우스', 광학적인 색채 점묘기법으로 쇠라와 더불어 후기 인상파의 장을 열어젖힌 폴 시냐크의 '우물가 여인들', 앙리 루소의 'M부인의 초상', 에드가 드가의 '오페라좌의 관현악단'등도 목록에 들어있다.

유화 외에 19세기 인상파 작가들의 작업 현장을 초기 사진기법으로 찍은 오리지널 빈티지 사진도 30 점 나온다.

이번 전시 전체의 보험평가액은 국내 전시 사상 최고인 약 8000억 원이라고 지엔씨미디어 홍성일 대표가 밝혔다. '만종'의 보험평가액도 1000억 원으로 국내 기록을 경신했다. 이보다 높을 경우 보험료 부담이 너무 커져서 오르세 측이 '배려'해 준 가격이라고 홍대표는 설명했다. 21일부터 9월 2일까지. 입장료는 성인 1만2000원, 청소년 9000원, 어린이 7000원. 02-322-0071

조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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