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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화물선/미 “놓친거냐 놓아준거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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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실수”“이란행이므로 묵인” 양론/국제법 감안 엄포효과 노린듯
미국의 강제검색강행여부로 관심이 모아졌던 문제의 북한 화물선 대흥호가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항에 아무 제지없이 도착함으로써 사건이 싱겁게 됐다.
미 국방부의 윌리엄스 대변인은 3천6백54t짜리 이 선박이 이란항구에 기착했음을 확인하고 이 지역을 맡고 있는 미국 해군의 저지나 검색이 없었음을 밝혔다.
이 대변인은 문제의 선박이 우회항로를 택했거나 혹은 국제수역이 아닌 이란영해를 끼고 운항했기 때문에 근처에서 작전중인 미 해군함정과 조우치 않았던 것 같다고 말하는가 하면 이 지역은 운항이 빈번해 특정선박만을 감시하기가 어렵고 미 해군의 선박감시는 이라크행에 우선 중점을 두고 있다고 변명했다.
이 대변인의 발표대로라면 미군함정이 이 선박을 놓쳤을 가능성과 추적은 하고 있었으나 이란으로 향하고 있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놓아둘 수 밖에 없었던 상황등 두 가능성 모두를 상정할 수 있다.
국방부대변인은 『놓친 것이냐』 아니면 『놓아준 것이냐』에 대해 『미군함정은 이라크로 향하는 모든 배를 철저히 검색하고 있다』는 것으로 답변을 대신했다.
양쪽 어떤 상황이더라도 이미 배는 목적지에 도달한 상태여서 사태는 사실상 종료된 것이나 다름없다.
일부에서는 이같이 된 이유가 미국이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이 사건을 과장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중거리 신형 스커드C미사일을 적재한 것으로 의심한 이 화물선을 미국이 정말로 검색하거나 회항시킬 뜻이 있었다면 소란을 피우지 않고도 조치할 수 있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미국이 이번 사건을 언론을 통해 흘리는 방법을 이용,주목을 받게 만든 것은 미국이 중동지역에서 장거리미사일의 동태를 세밀히 파악하고 있으며 이러한 무기의 반입을 반대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키 위한 목적이었다는 것이다.
또다른 측면은 이러한 사실을 여론을 통해 부각시킴으로써 북한으로 하여금 문제의 선박을 회항토록 하든지 아니면 북한이 더이상 이같은 수출을 못하도록 부담을 주자는 측면도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89년 시리아와 미사일 수출계약을 체결해 이미 89년부터 그 이행을 하는 중이었고 지난해 10월의 경우 북한의 무포호가 미사일을 실어나르다 언론에 공개됨으로써 되돌아간 사실도 있다.
이란만 하더라도 지난 3년간 중국으로부터 50억달러,소련에서 40억달러,북한으로부터 30억달러어치의 무기를 구입했다고 반이란회교단체가 최근 유엔 사무총장에게 보낸 서한에서 주장하고 있다.
미국 관리들은 북한 화물선에 이란 또는 시리아행 화물이 실려있다면 미 해군함정이 비록 북한배를 조우했다 하더라도 국제법상 이 배의 항로를 변경시킬 권한이 없다는 점을 시인하고 있다. 따라서 어쩔 수 없는 형편에서 아예 만나지 않는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판단아래 이번에는 북한에 대한 비판여론의 축적만을 노렸을 가능성도 있다.
북한이 앞으로도 계약이행을 위해,또는 외화벌이를 위해 무기수출을 하지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매번 국제법때문에 지켜볼 수 밖에 없다면 이러한 반대여론의 축적을 통해 미국이 국제법을 초월하는 행위를 한다해도 용인되는 시점에 무력을 사용하겠다는 의미인지도 모른다.
미국은 또다른 한 척의 배에 대해서도 검문을 하지않을 뜻을 분명히 밝히고 있어 이번 사태는 이것으로 종료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검색등 무력의 사용은 일단 백지화된 것이고 다음기회에 똑같은 상황이 벌어졌을 경우 어떤 대안을 택하게 될지 두고볼 일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미 국방부 대변인 일문일답/“이라크로 가려고 했다면 검색했을 것”
미 국방부는 북한화물선 대흥호가 검색을 받지않고 9일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항에 입항했다고 10일 발표함으로써 이 화물선의 항로와 미 해군이 이를 놓친 점 등에 관해 집중적인 질문을 받았다.
다음은 피트 윌리엄스 국방부 대변인과 기자들의 일문일답 요지다.
­미사일을 선적한 북한화물선이 이란의 반다르 압바스항에 도착했다. 미 해군의 검색망을 피한 것인가 아니면 항해를 묵인한 것인가.
『우리는 이 배가 실은 화물이 미사일인지 분명히 말할 수 없다. 그 배가 이라크로 가는 것이라면 우리가 추적해서 검색했을 것이다. 그러나 왜 끝까지 추적하지 못했는지 정확하게 말할 수 없다.』
­그 배는 싱가포르에서는 아프리카(적도 기니)로 간다고 말했으며 이란으로 간다고 분명히 밝히지 않았는데….
『그러나 이라크로 가지는 않았다는게 내말의 요점이다.』
­해군이 이 배를 발견할 수 없었기 때문에 당초의 검색가능성등이 없어진 것 아닌가.
『우회항로를 택했을 수도 있고 해안선을 따라 이란 영해상을 항해했을 가능성도 있다.』
­이 배는 적어도 호르무즈 해협의 절반정도는 통과한 것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한다.』
­이 선박문제를 여론화해서 미국이 미사일 인도를 반대하는 것을 북한측이 알도록 함으로써 인도계획을 무산시키려다 배를 발견하지 못한 것 아닌가.
『우리가 이 문제에 대해 먼저 떠든 것은 아니다.』
­제2의 선박이 있다는 얘기는 뭔가.
『제2의 선박은 이란 선적의 이란 살람호다. 오늘(10일) 오전 1시15분 우리 구축함과 교신했는데 북한으로부터 반다르 압바스항으로 가고 있으며 철강과 굴착기를 실었다고 말했다.』
­이 배가 군사장비를 실었다고 의심하나.
『정보에 대해 논의하지 않는 것이 우리 입장이고 중요한 것은 우리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해군이 대흥호를 발견하지 못한 것은 실수인가.
『대흥호가 이라크에 있다면 실패라고 할 수 있다.』
­22척이나 되는 인근 해역의 군함이 이 배를 발견할 수 없었다는데 대해 당황하고 있는가.
『22척의 배가 모두 이 배를 찾는 작업을 하는 것은 아니다.』<워싱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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