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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고­영명고 대결 양상/공주(총선 열전현장:32)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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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공 무법자”“심판 받겠다” 맞서/윤재기 「중부권 역할론」 강조 한표당부/이상재 불리한 선거법 피해 「특급작전」/윤완중 1급참모 부인 앞세워 표훑기/교수출신 국민,세번째 도전 신정도 출사표
공주시 8개동,공주군 11개면 9만5천여 유권자들이 후보 5명의 얼굴을 동시에 보려면 합동연설회가 열릴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래도 미리 당겨서보는 특권층(?)이 있다. 상가식구들이다.
며칠전 밤 9시쯤 계룡면 모씨상가. 베이지색 점퍼를 입은 윤재기 의원(민자)이 얼굴모르는 영정앞에서 꾸벅 절을 하고는 조문객사이에 끼여 앉는다. 윤의원 목이 쉰 걸 아는지 공주고 후배 한사람이 할말을 대신 해준다.
『JP(김종필 최고위원)가 말하는 중부권역할론인가 하는거 그거 맞는 말 아닙니까,형님. 둘째·셋째(영호남)가 자꾸 싸우면 맏형이 알밤이라도 때려서 말려야지요.』
소주 서너잔을 받고 건네면 사이사이 얘기까지 합쳐 30분을 보낸후 윤의원은 일어난다. 탄천면 상가에 가야한다.
상가문을 나서는데 코란도지프 한대가 멎는다. 무소속 이상재 전의원(12대·민정 전국구)이다.
두사람 모두 웃는 얼굴로 손을 내민다. 『고생하십니다.』 돌아서면 인신공격도 불사하지만 이때는 친구같다. 정치인의 야누스적인 얼굴이다.
이 전의원이 앞마당 텐트속에 들어가 앉자 백발이 성성한 전주이씨 종친노인양반 한사람이 반겨 맞는다.
『손자 왔구먼』 덥석 손을 잡는 표정이 『이번엔 돼야지』라고 말하는 것같다.
이씨는 봉투를 내놓는다. 공주군민이 다 아는 액수 3만원.
이날밤 상가엔 두사람 말고도 민주장 윤완중 후보와 국민당 후보 이성구 홍익대교수도 얼굴을 비쳤다.
윤씨는 10·13대,이씨는 11·12대때 출마했으니 알아보는 사람이 많다.
연설을 좋아하는 윤완중씨는 슬쩍슬쩍 눈치를 봐가며 거여와 5공을 공격한다.
『농촌이 이게 뭡니까. 이번엔 우리 민주당을 뽑아야 합니다.』
소주를 한잔 들이킨 이교수는 『한국정치는 후천성믿음결핍증에 걸렸다』고 한마디 한다.
공주는 충남 제일의 격전지대다. 윤의원은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다는 정석모 의원(민자·전국구)이 손을 들어주고 있어 기세가 오르고 있다고 주장한다.
13대(당시 공화당) 득표는 4만9백14표. 민정당시절 조직의 귀재라는 명성을 얻었던 이 전의원도 4년간 표밭에 뿌린 씨앗이 만만치 않다. 4년전엔 3만1천8백55표.
이번 공주싸움은 13대에 이은 「윤­이결전」이라고 보는이들이 많다. 윤­이대결은 말싸움부터 재미있다. 윤의원측의 신랄한 공격.
『공주가 어딘가. JP 앞마당에 5공무법자가 침입했다. 당선된다고 5공청문회 불명예가 회복되겠느냐. 집권당 사무차장까지 지낸 사람이 공천에 떨어지고도 출마가 웬말인가.』
이 전의원의 반박도 날이 서있다.
『대세가 5공으로 흘러갔는데 내 개인이 무슨 잘못이냐. 나만큼 만이라도 축재하지 않고 소신있게 한사람도 드물것이다. 윤씨도 말썽많은 노량진 수산시장 감사를 지내지 않았느냐.』
선거는 말로 다 되는게 아니다. 조직과 인간관계로 굴비엮듯 표를 엮어야 한다. 그래서 후보들은 다지고 또 다진다.
윤의원은 민자당 전국구 후보 발표후 정석모측근 사람들을 열심히 만났다.
정의원 지지자를 포함해 양측의 중견세력 8백여명은 지난 6일 낮 문예회관에 모여 「범여권대책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여기서 공주고 대부 JP(19회) 바람도 불고 공주고 동문 5천여명이 밀어주면 든든하다는 생각이다.
이 전의원의 하루는 새벽전화작업으로 시작된다.
『영명고 동문들이 힘을 모아주어야 합니다. 공주고가 뛰고 있는데….』
이씨는 총동창회장이다.
빈손으로 갈수 없으니 계모임·노인회관은 피하고 한번 앉으면 시간을 잡아먹는 다방출입도 삼간다.
일정은 1급비밀이다. 『13대때가는 곳마다 윤씨가 먼저 다녀가 김이 빠졌다』는 설명이다.
호별방문은 금지되어 있으니 아는 집만 골라 「인사차」 찾아간다. 『이번 선거법이 무소속한테는 악법이지만 지켜야지 도리없다』는 얘기다.
민주당 윤씨는 가족이 1급 선거참모다.
부인 오영희씨는 공주여중·여고·교육대를 나온후 24년간 교편을 잡아 믿는 제자가 많다. 해주오씨 8백여가구와 가톨릭신자 8천여가구도 부인과 가깝다는 계산이다.
당질조카 윤석금 웅진그룹회장도 4년간 매년 8t 트럭 11대분씩 학습지 「웅진아이큐」를 시·군내 초·중·고교에 무료 기증했다.
시내중심가 모음식점. 국민당 이씨는 공주장애인 소망회회원 10여명과 자리를 함께 했다. 이씨는 수년간 장애인복지활동을 해와 모두 형제같다. 어떤 이는 『이선생님이 되셔야죠』 하면서 껴안는다.
신정당 이종길 후보는 10대 무소속,13대 민주당으로 나왔다가 패배한 기억에 하루종일 표밭을 누비다가 집에 들어가던 발길을 되돌려 한 곳이라도 더 찾는다.
경주이씨 1천여가구와 공주고 동문들 지지세력이 큰 힘이다.<김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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