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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대교 경계로 지역대결/남해­하동(총선 열전현장:3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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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국민당 가세로 3파전 양상/지역발전 강조하며 지지 호소 박희태/“하동 20년한 풀자” 자존심 공세 이수종/은행장 경력 얼굴 알리기 분주 김욱태
『이 바다 그 이름이 노량해협 아니더냐/하동노량 남해노량 사이좋게 마주보며/옛날에는 배저어 고운 인정 건넸는데/노량이란 그 이름을 어쩌다가 잃었나/너의 이름 그리워 하동사람 목메인다.』
하동출신 작사가 정두수씨가 쓰고 가수 남상규씨가 노래를 부른 『노량대교여』라는 이 대중가요는 남해­하동선거전의 지역대결 양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남해섬과 하동뭍을 연결하는 6백60m길이의 남해대교는 평소에는 양 지방을 한 생활권으로 묶는 교량역할을 했지만 총선국면을 맞이하면서 후보자들 지역편가르기의 경계선으로 변질돼 버렸다.
하동출신 후보자는 왜 명칭을 노량대교라하지 않고 남해대교라 하느냐는 해묵은 논쟁을 불붙이려 하고 있다.
동서지역화해의 상징,화개장터가 있는 하동­남해 선거구의 후보들은 또다시 양군의 지역가르기 덫에 걸린채 힘겨운 선거전을 치르는 중이다.
유력한 경합자 3인은 박희태 의원(54·민자)과 김욱태 전 국민은행장(58·국민),그리고 이수종 전의원(56·민주).
박·김씨가 남해(유권자 5만2천여명) 출신인데 반해 이씨 혼자 하동(유권자 4만8천여명) 토박이로 「하동 한풀이론」이 먹히면 이씨에게 승산이 있다는 점에서 이 선거구의 복잡 미묘함이 있다.
3일 오전 6시,이 민주위원장은 여느때처럼 점퍼에 운동화 차림으로 하동읍내 집을 나서 주변 삼성대중탕에 들어선다. 『이번엔 하동후보 단일화를 이뤘으니 하동자존심을 걸고 저를 뽑아주셔야 합니다. 20여년간 죄다 남해의원만 나오지 않았습니까.』
『하모 예,사람들이 모이는 곳마다 이번에는 하동에서 국회의원이 나와야 된다고 안합니껴.』
40대 친지의 말에 으쓱해진 이후보는 아침식사후 당사에서 30여분간 대책회의를 갖고 이날 5일장이 서는 진교면 표밭을 샅샅이 훑었다.
내친김에 인근 금남면 전도리 정류장까지 나가 1백여 낯익은 주민들과 악수하고 돌아왔다.
오후엔 자신의 이름을 따 73년에 만든 「수종장학회」 혜택을 받은 가족들을 찾아 양보면·북천면·옥종면등 3개면을 돌아다녔다. 하동군내 초·중·고생 1천명에게 지급한 장학금은 요즘 이씨에겐 더할나위없이 귀중한 선거사조직 자원이다.
이씨가 각 면을 방문하고 있던 오후 3시30분쯤 하동국민학교에서 민자당 하동군 당원단합대회가 열렸다.
김종필 최고위원이 참석한 이 자리에서 「하동사람」을 향한 박민자 의원의 호소가 열렬한 박수를 받는다.
『어떤 사람은 출신,출신 따지는데 꿩잡는게 매라고 국회의원이 일잘하고 지역발전시키면 됐지 출신 고향이 그리 대숩니까. 고양이가 쥐만 잘잡으면 되는것 아닙니까. 검은 고양이면 어떻게 흰고양이면 어떻습니까.』 단문형의 문답식 연설이 매끄럽다.
『말이 나왔으니 나도 출신 한번 따져봅시다. 우리 할아버지가 하동에서 살았고 아버님이 하동국민학교를 나왔습니다. 그래서 나도 하동국민학교 고문을 맡고 있습니다.』
대회장엔 공조직으로 동원된 2천여명의 청중들이 뜨거운 열기를 발산했다. 「박희태 다시 뽑아 섬진강기적 완성하자」 「명대변인 박희태! 하동대변 적임자」 등의 플래카드가 걸려 있다.
박의원은 이날 오전 1시쯤 50분거리의 남해에서 하동으로 건너와 새우잠을 자고 하동읍 유지 10여명을 숙소에서 개별 면담했다.
오전중엔 목포∼부산간 국도 2호 확·포장 공사가 진행되는 횡천면·북천면을 찾아 근로자들을 격려하고 지나는 유권자들에게 『저 박희태입니다』를 연발했다.
박의원은 이날 하루 하동에서 묵고 4일밤 하동군민 농민회·영농후계자모임 등이 공동주최하는 국회의원 후보자 청문회에 참석,이민주후보에 이어 열띤 농업문제 소견을 밝힌뒤 자정무렵 다시 남해로 건너갔다.
4일 있은 하동청문회에 국민당 김위원장은 참석하지 않았다. 정치초년생인 그로서는 무엇보다 본거지인 남해표밭을 확실히 다지는게 급선무이기 때문이다.
당사업무는 모두 사무국장에게 맡기고 남해군 10개 읍·면 2백70개 자연부락을 10일동안 샅샅아 훑겠다는 계획이다. 이날도 새벽겐 가외로 서면의 유지들과 만난뒤 오전 9시부터 남해읍 22개 부락을 돌며 본격적인 얼굴알리기에 들어갔다.
오전 10시40분쯤 남해읍 중촌리 마을회관에 30여명의 아주머니들이 모였다.
『읍내에서 금방을 하셨던 김농자 천자되시는 분이 저희 아버님이십니다. 때가 때인지라 구구한 말씀은 안드리겠고 이렇게 얼굴인사만 먼저 드립니다. 합법적인 선거운동기간 때 자세히 얘기드리겠습니다. 훗날 모시고 잔치한번 하겠습니다.』
10분간의 짤막한 연설을 마치고 숨가쁘게 다음 행선지로 이동한다.
김 국민위원장은 남해에서 60% 득표하고 8천9백명에 달하는 하동군의 김해김씨 종친회표만 묶으면 당선권인 3만2천표는 무난하다는 계산을 하고 있다.
특히 관세청장·국민은행장 시절에 자신의 소개로 취직자리를 얻은 1천3백여명 남해 사람 가족모임인 「위자회」는 국민당의 외곽조직으로 남해 곳곳에서 김후보의 거점으로 활약중이다.
『하동인의 자존심』을 내세우는 이 민주후보와 『진짜 남해사람』을 강조하는 김 국민 후보사이에 박의원은 『지역감정이 아닌 지역발전으로 유권자에게 보답하겠다』고 몸부림치고 있다.
영호남을 가르는 섬진강변 작은 동네안에서도 군대항·마을대항의 지여감정골은 깊어만 간다. 하동의 김종채씨(62·신정)와 남해의 박종선씨(64·민중)도 후보등록을 마치고 표밭을 뛰고 있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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