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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광고비/주간연재(정치와 돈:88)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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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후보자들 평균 선거비용의 30% 투자/시장규모 천5백억 추정
이번 선거에 10억원을 쓸 작정인 경북 지역의 현역의원 A씨는 서울의 유수한 정치광고회사와 전화여론조사건으로 5천만원짜리 계약을 했다.
선거공고일전·공고직후·중간점검·선거일직전등 크게 4단계로 나눠지는 이 전화여론조사는 정치광고 회사에서 파견된 직원 1명이 중심이 되고 현지에서 고용한 아르바이트 대학생·주부 10명의 도움을 받아 매일 실시하는데 아르바이트 요원에 대해서는 따로 후보측에서 일당 3만원을 지급키로 했다.
A의원은 또 자신의 의정보고자료 5만부를 제작하는데 2천만원을,각종 홍보물 및 벽보의 디자인·인쇄·발송비용으로 5천만원을 투자하고 있고 2천여명이 참석한 지구당 단합대회 행사비용으로 1천만원을 썼다고 한다.
이 행사비용은 물론 「당원동원비」가 제외된 것이고 식전행사 및 각종 시설물설치,식장사용비 등이 포함된 액수다.
이른바 「정치광고회사」는 고객인 후보자들이 홍보비용으로 지출하는 모든 사업분야에 진출한다.
A의원은 ▲여론조사 ▲선전홍보물제작 ▲지구당행사의 3개 분야를 각각 전문 정치광고 업체에 떼어 맡겼고 그 비용으로 1억3천만원을 지불한 것이다.
14대 총선에서 2백37개 의석을 목표로 뛰는 1천여명의 후보가 만들어내는 정치광고 시장의 규모는 약 1천5백억원이 될 것으로 업계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후보 평균 선거비용을 5억원으로 잡고 정치광고비용을 30%로 계산해 추정한 액수다(5억원×1천명×30%).
광고업계측은 지난해 광역의회선거때는 홍보비용(정치광고비용)이 전체 선거비용의 20% 정도였으나 국회의원선거는 단가가 그만큼 상승했고 후보들이 홍보비비율을 대부분 더 높게 책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정치광고회사도 우후죽순처럼 늘어나고 있다.
폴리콤·한국폴리테크연구소·파이론·코마콤·동광에이전시·제일애드 등은 2∼3년전에 선거 일상화시대를 겨냥해 만들어진 정치광고 전문회사로 이미 탄탄한 실력을 인정받고 있으나 이밖에 「선거특수」에 맞춰 일시 업종전환을 했거나 재미를 보는 소규모기획·행사대행사들은 서울에만 3백여개가 된다고 한다.
제일기획(삼성계열)·LG애드(럭키금성)·대홍기획(롯데그룹)·금강기획(현대)같은 거대광고 회사들은 아직까지 영세한 정치광고 시장에는 뛰어들지 않고 있으나 국민당과 특수관계에 있는 금강기획은 최근 국민당 관련 행사를 거의 염가로 도맡다시피 하면서 대기업다운 「멋진 프로그램」을 연출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달 8일 한국종합전시관(KOEX)에서 있은 국민당 창당대회는 2만명 가까운 사람들이 참석한 가운데 정당사상 초유의 화려한 식전행사가 펼쳐졌다.
하춘화·현철·주현미·코리아나등 가수와 개그맨 최병서씨가 출연했고 폭죽과 특수음향·이미지효과 시설이 동원됐으며 수기 1만개·피킷 1천여개 제작,주차 안내요원 1백여명,관리까지 일체의 정치외적 진행을 금강기획에서 떠맡았는데 당관계자는 약 5억원의 비용이 지출됐다고 밝혔다.
정치광고는 크게 ▲단순인쇄 ▲홍보물디자인 제작 ▲선거기획의 세분야로 나뉜다.
유권자의 기호가 점차 까다로워지고 성향이 다원화되면서 선전물 하나 만들때도 눈길을 끌 수 있는 「시각화」가 중시되는데다 유권자 자체를 과학적으로 분석,관리할 필요가 급증해 정치광고회사도 여러층으로 분화하고 있는 것이다.
선거기획의 경우 행사진행,여론조사뿐 아니라 선거전략,조직·자금 관리등 선거일체를 책임지는 것까지 포함한다.
고객인 후보들은 이중 필요한 일부분만 「구입」하기도 하지만 정치초년생들은 선거기획사와 아예 「정치적 운명」을 같이하여 핵심 선거참모로 고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번 선거에서 여당 후보 3명과 야당 후보 2명을 도와주고 있는 C회사는 한 후보와 1억5천만원에 계약하고 선거운동원으로 등록된 직원 1명을 현지에 파견해 선거관리를 하고 있다.
선전문구와 구호작성을 전문으로 하는 카피라이터팀과 홍보물제작 전문가인 디자이너팀은 필요할때마다 해당선거구에 내려가 보조한다.
회사측은 홍보물제작뿐 아니라 ▲지역구 여론조사 ▲지역관리 프로그램 ▲특정지역 유권자의 선호이미지 조사 ▲후보 이미지 수정작업 ▲선거전략 입안 및 선거현장지도,심지어 당선사례 방법까지 일체를 떠맡는 「턴키(turnkey)방식」이기 때문에 1억5천만원은 비싼 가격이 아니라고 강조한다.
인건비를 포함,「매출액」의 20%정도가 회사수입이 된다고 귀띔했다.
일반적으로 무소속 후보는 예상외로 「선거기획」 상품의 구매를 꺼린다고 한다.
무소속은 선거기간 전에는 일체의 홍보물 배포가 불법으로 돼있을 뿐 아니라 정당연설회·당원단합대회나 다른 행사자체가 불가능하게 돼있기 때문이다.
정치광고회사들은 우리나라 선거법이 지나치게 규제위주로 짜여져있어 후보들이 자신을 알릴 수 있는 방법이 매우 제한적이라고 불평한다.
후보들이 지출하는 비용의 대부분은 결국 홍보비이외의 조직가동비로 돌려지고 이는 상당부분이 매표,금품·향응제공등 불법적인 음성통로로 지출된다는 것이다.
광고업계의 이해를 반영하는 주장이긴 하지만 후보와 유권자의 접촉면적을 공개적으로 넓히는 새로운 선거방법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다.<전영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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