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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상 후보작 서울서 흥행 전초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아카데미상 각 부문 수상 후보작들이 내주부터 서울에서 대거 개봉, 오는 30일 있을 수상작 발표를 앞두고 한국관객들에 의해 작품성 및 흥행 전초전을 치른다.
이달 중순께 개봉이 확정된 작품은 작품상 후보작인 『벅시』 『파도의 왕자』, 남우주연상 후보작인 『케이프 피어』 등이며 작품·감독(조너선뎀)·여우주연상(조디 포스터)에 올라있는 『양들의 침묵』은 지난해 국내 개봉됐으나 수상발표를 전후해 재개봉된다.
오는 19일 내한하는 올리버 스톤 감독의 『J F K』(작품·감독상 후보)는 정치암살의 이면을 다룬 내용 때문인지 공륜심의가 아직 안나와 개봉 여부가 미지수다.
그리고 만화영화로 사상 처음 작품상 후보에 오른 『미녀와 야수』는 이달 말께 개봉된다.
이중 라스베이가스를 건설한 마피아 갱 벅시 시겔의 전기영화로 올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벅시』는 83년부터 골든글로브 작품상수상작이 예외 없이 아카데미 작품상을 받은 예에 비추어 가장 유력한 수상작으로 꼽힌다. 『벅시』는 감독상(베리 레빈슨)·남우주연상(워런 비티)·남우조연상(해비 케이틀) 등 10개 부문에 후보로 올라있다.
여배우 바브라 스트라이샌드가 감독한 『파도의 왕자』는 닉 놀티가 남우주연상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 11개 부문 후보로 선정됐다.
한편 작품·감독·여우주연상 후보작인 『셀마와 루이스』는 제작사인 미국 MGM이 국내 영화사와 판권계약을 한 뒤 미국 직배사인 UIP와 배급권을 다시 계약, 법정싸움이 붙어있는데 이 문제가 해결되는 대로 국내 상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미국의 아카데미상 수상후보작이 수상 발표 전 국내에서 먼저 흥행전을 치르는 이유는 미국영화 직배 이후 직배사간의 국내시장쟁탈전이 가열돼 있기 때문이다.
과거 같으면 수상발표 후 국내업자간에 판권 쟁탈전이 벌어지는 등의 이유로 국내 상영이 늦어졌으나 직배 이후로는 그럴 이유가 없어진데다 수상발표 후 개봉하면 후보작중 미수상작의 흥행수익이 떨어질 것을 우려, 직배사들이 경쟁적으로 국내 개봉을 서두르기 때문이다.
또 미국메이저들이 한국시장을 세계시장의 흥행 시험장으로 간주하고 앞으로의 판촉전략을 짜기 위한 목적도 작용하고 있다.
한국영화 관객이 날로 떨어지고 있는 마당에 이제는 서울 중심관까지 장악한 미국 직배사간에 한국시장이 자기네들끼리의 싸움터로 변한 우울한 속사정이 숨어 있는 셈이다. <이헌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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