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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국경서 대규모 군사작전(포커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게릴라 소탕등으로 “난민” 대이동/태국·인도 등 주변국들과 큰 마찰/내치불안 덮기위한 “정치용”
미얀마가 그동안 밀월관계를 유지해온 주변국가들과 최근들어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국경지역의 반정부 게릴라조직과 소수민족들에 대한 대대적인 소탕작전을 전개,대규모의 난민들이 인근 방글라데시·태국·인도로 몰려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모두 10만여명의 로힝갸족 회교도들이 미얀마 서부 아라칸지방에서 쫓겨나 방글라데시로 이주했고 동부 마너플라우산악지대에 살던 카렌족 6만여명이 태국으로 피신했다.
북부 산악지대의 나가족 1만6천여명도 미얀마정부군에 쫓겨 인도국경지대에서 기아선상을 헤매고 있다.
최근에도 미얀마군이 국경을 넘는 로힝갸족들에게 무차별 총격을 가해 13명이 사망했는가 하면 지난달초에는 난민선에 발포,수십명의 난민이 익사하기도 했다.
더구나 미얀마정부군은 토벌을 구실로 태국국경을 넘어 반군의 후방지역을 공격한데 이어 방글라데시 국경초소를 습격,이들 국가와 군사적 긴장상태까지 빚고 있다.
현재 7만여명의 미얀마군과 4만5천여명의 방글라데시군이 국경선을 마주보고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다. 태국정부도 더이상의 국경침범을 절대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달들어 본격화된 미얀마군의 1차공격목표는 태국과의 국경지역인 마너플라우와 서부 아라칸지방.
미얀마내 최대 게릴라조직인 카렌족의 군사령부가 있는 마너플라우지역은 미얀마 반정부세력들이 결집해 있는 무장세력의 핵심거점이다.
대규모 화력과 6만여명의 병력이 투입된 미얀마 정부의 초토화작전으로 게릴라군들은 엄청난 피해를 보았다.
아라칸지방에 모여 사는 회교도 로힝갸족에 대한 미얀마군사정부의 탄압이 거세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 90년 로힝갸족이 생존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미얀마 민주화운동에 가담하면서부터다.
아라칸지역에 군사기지를 건설한다는 명분하에 지난해부터 로힝갸족을 강제노역에 투입해온 미얀마정부는 마침내 이번 토벌작전을 계기로 로힝갸족을 영구축출키로 결심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88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미얀마군사정권의 국가법질서회복위원회(SLORC)는 기회있을 때마다 변방토벌을 공언해 왔다.
그러나 미얀마정부가 실시한 이번 대규모 토벌작전의 목적은 게릴라세력을 제압하겠다는 외형상의 명분과는 달리 오히려 내치에 있다는 것이 미얀마에 주재하고 있는 서방외교관들의 일치된 견해다.
미얀마 군사정부가 직면하고 있는 어려운 국내문제는 한두가지가 아니다.
가장 시급한 문제는 국민들의 민주화요구다.
SLORC는 지난 88년 국민들의 대규모 민주화시위에 굴복,총선실시와 민선정부로의 정권이양을 약속했다.
그러나 90년 5월 실시된 총선에서 아웅산 수지여사가 이끄는 민족민주동맹(NLD)이 압승하자 미얀마정부는 당초의 약속을 뒤집고 정권이양 무기한 연기→민주인사 체포→수지여사 가택연금→시위무력진압의 수순으로 밟아왔다.
그러나 미얀마 국민들도 언제까지나 침묵하고 있지만은 않았다.
최근 수도 양곤의 시민들과 대학생들을 중심으로 대규모 반정부시위가 일어난데 이어 기회를 엿보고 있던 재야세력들도 새삼 세력규합에 나섰다.
더구나 수지여사가 91년 노벨평화상 수상자로 결정되면서부터 국제적인 압력도 한층 거세져갔다.
미얀마정부는 이같은 국내정치 불안이 가중되자 국민들의 시선을 국내정치상황으로부터 떨쳐내고 외국의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해 게릴라토벌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이 기회를 통해 중앙정부의 통치가 제대로 미치지 않는 지방의 군사령부를 게릴라토벌에 전념케함으로써 반역의 뜻을 품지못하도록 미리 눌러두자는 속셈도 미얀마정부가 사상 최대규모의 군사작전을 결심하도록 부추긴 요인으로 전해지고 있다.<진세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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