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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퓨터바이러스(분수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조지 오웰의 미래공상소설 『1984년』을 보면 숨막히는 「감시속의 생활」이 나온다.
근무중 동료와 잡담을 나누는 일은 물론 심지어는 화장실 가는 것까지 감시,기록하는 무서운 감시자가 등장한다. 컴퓨터가 바로 그러한 공상을 현실화시켜 주었다.
컴퓨터는 이제 풍요를 창출해주는 20세기 기술혁신의 총아로 각광받고 있다. 그러나 그 총명함이 컴퓨터바이러스라는 「감기」만 걸려도 아무 쓸모없는 깡통이 돼버린다. 컴퓨터바이러스는 컴퓨터광들이 조작해 넣는 프로그램으로 디스켓복사,PC통신망 등을 통해 널리 감염된다.
최근 서울의 한 컴퓨터 유통업체 PC에 바이러스가 침입,회사의 미수금을 기록한 디스켓을 망쳐놓아 큰 손해를 입혔다. 바이러스프로그램점검중 「아직 하드는 잘 쓰고 계시나요」라는 한글 화면이 나옴으로써 침입한 바이러스가 국산임이 확인됐다.
83년 처음 보고된 컴퓨터 바이러스라는 정보병원은 현재 1천2백여종이 전세계에 퍼져 있다.
「시한폭탄」­. 일정한 날짜를 정해놓고 그 날짜에 모든 디스켓의 데이타들을 못쓰게 망쳐놓는 악성 컴퓨터바이러스의 이름이다.
이스라엘에서 제작됐다고 해서 예루살렘바이러스,헤브류바이러스라고도 불리는 「시한폭탄」에는 「13일 금요일 바이러스」가 가장 흔하다. 이 바이러스는 매달 13일이 금요일인가를 체크해 맞아떨어지면 디스켓의 자료를 파괴해 버린다.
마침 오는 13일이 금요일이다. 국내에 보급된 3백만대의 개인용컴퓨터(PC)와 각 기업체 및 기관의 업무용 대형컴퓨터들에 비상이 걸렸다.
또 시한폭탄중의 하나로 이탈리아 조각가 미켈란젤로의 이름을 딴 미켈란젤로바이러스는 그의 생일인 3월6일이 폭발하는 날짜다.
지난 89년 미 국방부 컴퓨터에 바이러스가 침범,1억달러 이상의 피해를 주었다. 컴퓨터바이러스 프로그램이 전쟁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많은 PC의 보급으로 3월의 시한폭탄 컴퓨터바이러스의 침입은 이제 우리에게도 남의 일이 아니다.<이은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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