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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예술 저작권 분쟁 "사전 조정"|저작권심의위 연구 자료집 「표준 공연 계약서」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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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13면

현실적으로 거의 보호되지 못해 온 공연 예술 분야의 저작권을 보호하고 저작권에 대한 인식을 제고해줄 표준 공연 계약서 양식과 해설집이 나왔다.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는 공연 예술계 전반의 저작권 보호를 위해 필요한 표준 공연 계약서에 대한 지난 한햇 동안의 연구 결과를 저작권 연구 자료집 「표준 공연 계약서」로 묶었다. 위원회는 자료집 8백부를 인쇄, 문화부 등 관련 정부 기관과 민간 공연 단체 연합회·각 극단 등 개별 공연 단체에 배포하고 있다.
「표준 공연 계약서」는 저작물 중 ▲연극 공연 계약서 ▲뮤지컬 공연 계약서 ▲영화화 계약서 ▲시나리오 집필 및 영화화 계약서 등 네가지에 대한 계약 문서의 전형을 제시하고 이에 대한 해설을 덧붙인 소책자다. 이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나 보호 개념조차 부족한 상태에서 최근 저작권 분쟁에 시달리고 있는 우리 공연계에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기초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공연계는 지금까지 문서화된 계약서를 거의 사용해오지 않았다. 영세한 국내 공연 예술 현실에서 저작권과 관련, 분배 문제를 일으킬만한 큰 수익도 없었거니와 관계 당사자들 역시 권리로서의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기 때문에 문서화된 계약서의 필요성이 널리 인식되지 못했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저작권 조약 가입 등을 계기로 저작권에 대한 권리의식이 높아지고 외국 단체들의 저작권 보호 요구가 현실화되면서 국내 저작권자들의 저작권 보호 요구도 높아지게 되었으며, 이에 따라 분쟁도 일기 시작했다.
연극계의 경우 지난해 9월 작곡가 심성훈씨가 극단 민중을 상대로 뮤지컬 『신데렐라』의 재공연에 따른 노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았다며 극단 대표를 검찰에 고소, 벌금 50만원을 물게 하고 이어 보상을 요구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어 벌금을 물게된 극단 민중 대표 정진수씨도 인기 뮤지컬 『아가씨와 건달들』 번역자로 이를 자신의 동의 없이 재공연 했던 극단 광장 측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주장하며 대표를 검찰에 고소했었다.
법정까지 가진 않았지만 지난해 저작권 문제에 대한 관심을 환기시켰던 공연은 폭발적 인기를 누렸던 극단 뿌리의 『리타 길들이기』였다. 관행과 같이 별다른 문서계약 없이 공연을 올렸었는데 예상외의 대성공을 거두자 수익분배를 둘러싸고 연출자와 번역자, 남자 주인공간에 불화가 생겼었다. 결국 연출자는 배우를 교체해 재공연 했으며 번역자는 별도로 남자 주인공과 함께 재공연 하는 바람에 구설수에 올랐다. 이는 명백한 문서상의 계약이 없어서 빚어진 대표적 사례로 공연예술계 어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문제다.
또 외국의 유명 극단들도 지금까지 무단으로 공연해온 자신들의 작품에 대한 국내 극단의 보상이 없을 경우 국제 저작권법 보호를 받게된 87년10월 이후의 새로운 작품에 대한 공연계약을 하지 않겠다고 주장하고 있어 국내 극단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표준 공연 계약서는 이같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양식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에 대한 해설을 통해 저작권 문제 전반에 대처할 수 있는 기본 지식을 제공해준다.
표준 공연 계약 서식은 ▲저작물 이용 허락의 범위 ▲저작물의 2차적 사용 ▲사용료의 산정 및 지급 방법 등을 어떻게 명시할 것인가를 밝히고 있다.
계약서 연구를 맡았던 위원회 연구원 정상익씨는 『민법상 계약 자유의 원칙이 있어 표준 계약서가 법적 구속력을 갖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앞으로 저작권 관련 분쟁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견되는 상황에서 공연 관계자들에게 꼭 필요한 참고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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