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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연자의 종가음식 기행④ 안동 퇴계 이황 종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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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퇴계 이황 종가에 이달 초 시집온 새색시 이주현씨. 시댁에서 내린 큰상 앞에 다소곳이 앉아 있다.

1일 경북 안동시 도산면 토계리에 있는 퇴계 이황의 종가 안방. 형형색색의 맛깔스러운 음식이 차려진 교자상이 놓여 있다. 퇴계의 17대 종부가 될 새색시를 위한 큰상이다. 높이 고여 차린 고임상은 아니지만 잉어찜.전복조림.갈비찜.문어회와 색색의 전 등 진귀한 음식이 올랐다. 그뿐만 아니라 삼색송편.꽃강정.꽃약과와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 담은 과일까지 곁들여진 예의와 정성이 담긴 상차림이었다.

이날 서울 성균관 명륜당 앞뜰에서 전통 혼례를 마친 신랑 이치억(33.성균관대 박사과정 수료)씨와 새색시 이주현(31)씨는 신혼여행도 뒤로 미루고, 그들의 결혼 사실을 사당의 조상님 앞에 고하기 위해 종가로 내려왔다. 퇴계의 15대 종손 이동은옹은 100세를 한 해 앞둔 노령이었지만, 손자며느리가 올리는 절을 받고 환한 웃음으로 밤과 대추를 새색시 치마폭에 던졌다. 부부 화합과 조상 봉사, 대를 이을 자손을 많이 낳아 달라는 당부도 함께였다.

시아버지 이근필(76)씨는 "10여 년 전 어머님이 돌아가시고 집사람도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안채 종부 자리가 오랫동안 비어 있었다. 외국에서 공부했던 신세대 며느리가 기꺼이 이곳에서 살림을 하겠다고 하니 기특하고 고마울 따름"이라고 기뻐했다.

그는 수백 년 지켜온 가문의 예법인 '맏며느리 큰상 내리기' 가 안주인 없이 차려져 미흡한 점이 많다고 했다. 하지만 음식을 높이 고여 차리는 고임상은 일부러 피했다. "먹을거리가 귀하던 예전에는 신부 큰상 음식을 정성껏 싸서 사돈댁에 보내 음식솜씨를 나누기도 했지만 시대가 바뀐 지금에는 형식일 뿐"이라는 이유에서다.

"퇴계 할아버지께서는 예를 지키는 일은 형식이 아니라 정성 어린 마음임을 강조하셨습니다. 농민들이 피땀 흘려 만든 꿀과 기름이 들어간 유밀과도 제상에 올리지 못하게 하셨기 때문에 우리 집 제상에는 유과나 약과를 올리지 않습니다."

종가의 큰상 차림에서 돋보이는 음식은 길이가 30㎝나 되는 잉어찜과 담백하면서 부드럽게 씹히는 전복조림이었다. 신랑의 고모인 이점숙(67.학봉종가 종부)씨는 "잉어는 알을 많이 낳는 생선으로 자손 번창의 의미가 담겨 있다. 대대로 며느리 큰상에는 잉어찜을 올리는데 귀한 자식을 낳아 달라는 뜻이 담긴 음식"이라고 설명했다. 전복조림은 여성들이 맛볼 기회가 드문 귀한 음식이기 때문에 큰상에는 반드시 올리는 단골 메뉴라고 했다.

잉어찜(4인분)

·재료:잉어 한 마리, 소금 적당량, 흰 후춧가루 조금, 녹말 2큰술, 쇠고기 우둔살 150g, 목이버섯 3장, 다홍고추 1개, 달걀 2개, 대파 1개, 고운 소금 조금, 쇠고기 양념(간장 1과 1/2큰술, 설탕 1작은술, 깨소금과 참기름 각 1작은술, 후춧가루 약간)

①잉어는 아가미 쪽으로 내장을 없앤 뒤 4㎝ 간격으로 어슷어슷 칼집을 낸다. 소금을 쳐 잠깐 절인 다음 후춧가루를 고루 뿌리고 녹말가루를 넉넉하게 고루 묻힌다.

②쇠고기는 곱게 다져 고기 양념장을 해 아가미 쪽으로 내장 자리에 밀어 넣어 꼭 채운다.

③황백지단을 부쳐 채 썬다.

④홍고추.대파.석이버섯을 채 썬 뒤 한 가지씩 소금 간을 해 볶는다.

⑤잉어를 접시에 담아 찜통에 얹어서 30분 정도 쪄낸 다음 준비한 오색 고명을 칼집 낸 사이에 밀어 넣어 접시에 담는다.

전복조림(4인분)

·재료:전복 작은 것 8개, 육수11컵, 파 1뿌리, 마늘 2쪽, 홍고추 1개, 석이버섯 1장, 달걀 2개. 청장 2큰술 , 설탕1/2 작은술, 참기름 1큰술, 후춧가루 약간

①전복을 깨끗이 손질해 윗면에 잔 칼집을 넣어 둔다.

②파는 흰 부분을 어슷썰기하고 마늘은 납작하게 저민다. 홍고추는 씨를 발라내고 곱게 채를 썬다. 달걀은 황백으로 나눠 소금 간을 한 뒤 지단을 부쳐 채를 썬다. 석이버섯은 불려 채를 썬다.

③육수를 냄비에 담고 마늘을 넣은 뒤 끓어 오르면 전복을 넣는다. 다시 끓기 시작하면 불을 약하게 줄여서 익힌다.

④전복 살에 양념 맛이 들면 마지막으로 홍고추.석이버섯.파를 넣어 살짝 익힌 뒤 전복을 꺼내 껍질에 하나씩 놓고 달걀 황백지단을 올린다.

이연자 한배달우리차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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