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분쟁 일번지 이스라엘·팔레스타인을 가다] 2. 팔레스타인 가난의 현주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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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팔레스타인의 1인당 국민소득은 1998년 1천9백60달러에서 2001년에는 1천3백30달러, 지난해에는 9백30달러로 수직하락했다. 세계은행의 조사 결과다.

경제 파탄의 원인은 2000년 9월 시작된 인티파다와 이에 맞서 초강경 군사.경제 제재로 나선 이스라엘의 압박 때문이다. 테러 공격이나 총격 사건과 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반이스라엘 무장 저항이 불붙자 이스라엘은 대규모 군사 작전과 팔레스타인 봉쇄로 대응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는 이 과정에서 어린이 4백63명을 포함해 민간인 2천5백46명이 숨졌다고 밝히고 있다.

세계은행의 분석에 따르면 테러와 보복 공격은 이 지역에 '경제적 공황'을 불러와 일자리 14만3천여개가 사라졌다. 외국인의 투자와 관광 수입 같은 외부의 돈줄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베들레헴에서 만난 아부알리는 "3년 전만 해도 매일 2백여대의 관광버스가 이곳으로 들어왔지만 지금은 매주 2~3대의 버스가 전부"라며 "이곳의 관광산업은 완전 붕괴됐다"고 말했다.

봉쇄 정책의 파장은 심각하다. 인티파다 직전인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내 유대인 정착촌에서 일하던 팔레스타인인들은 15만여명이었다. 그러나 올해 1분기 이 숫자는 4만9천여명으로 급감했다.

더구나 이스라엘을 통해 농산물 등을 수출하던 팔레스타인의 대외 무역은 이스라엘 정부가 물자의 통관까지 강력히 통제하면서 완전히 무너졌다. 그 바람에 팔레스타인의 수출입액은 지난해 12월 인티파다 직전의 3분의 1로 오그라들었다. 인티파다의 와중에 도로.병원 등 사회간접시설의 유지.복구가 중단되고 이스라엘군이 테러 빈발 지역에 대한 공습과 가옥 파괴 등에 나서면서 17억달러의 재산 손실도 발생했다고 세계은행은 추산했다.

이 때문에 팔레스타인인들은 "이스라엘이 테러를 이유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굶겨 죽이는 정책을 강행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베들레헴대학의 아드난 무살람 교수는 "희망이 안 보이는 가난과 팔레스타인인이라면 무조건 경멸하며 모욕하는 젊은 이스라엘 군인들의 태도는 결국 몸뚱이밖에 없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자폭 테러범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채병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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