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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핵」에 속앓는 미국/모호한 평양태도에 불만 우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한국쪽 소극적 자세 못마땅/1개월내 해결 안되면 독자대응 할듯
남북한간의 합의서 발효에도 불구하고 핵사찰에 대한 북한의 태도가 계속 모호한데 따른 미국의 우려와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핵사찰을 빨리 수용토록 직접 촉구하는 한편 한국정부에 대해서도 그동안 남북총리회담 과정에서 한국이 핵문제에 소극적으로 임해온 점을 아쉬워하며 최악의 경우를 미리 대비토록 촉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은 지난 21일 북경에서 북한과 참사관급 접촉에서 북한이 사찰을 늦추고 있는데 따른 미국의 우려를 강력히 전달했다.
서울을 방문중인 더글러스 팔 백악관 아주담당 선임보좌관도 한국정부에 대해 북한이 핵사찰을 늦어도 6월까지는 이행토록 시한을 제시하고 이것이 지켜지지 않을 경우 이미 서명한 남북합의서의 이행을 늦추는 방안등을 강구해 볼 것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미국정부는 그동안 밖으로 대놓고 얘기하지는 않았으나 한국정부의 대북한 전략에 대해 불만이 있었던게 사실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는 북한의 핵문제가 무엇보다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가 이 문제보다는 남북대화를 우선시하는 전략으로 총리회담을 성급히 진전시킨데 아쉬움이 있는 것이다.
미국은 『여러 국제상황으로 보아 남북관계에서 한국이 강한 입장이고 북한이 약한 입장인데 한국이 왜 북한에게 약하게 나가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면서 『지금 국내의 경제사정등으로 급한 쪽은 북한이나 핵문제가 매듭되는 것을 보아가며 총리회담을 진전시켰으면 좋겠다』는 미국의 의사를 전달했었다.
지난해 12월 남북한 5차총리회담 직후 미국은 한국정부에 6차총리회담(2월19일) 이전까지 남북한의 시범사찰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북한에 대해 압력을 높일 것을 촉구한 바 있다.
그러나 남북대화가 한국의 민족문제라는 점 때문에 미국이 이같은 입장을 한국정부에 강하게 전달하기는 제약이 있었다.
일부에서는 한국정부가 남북대화를 국내적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에 무리한 수를 두어왔고 그 결과가 핵문제에 대한 소득없이 합의서발효라는 결과를 낳게 되었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미국내의 분위기가 북한이 핵문제를 해결할 것이라는데 대해 반신반의해 온 것이었다면 6차총리회담 이후는 북한이 회피전술을 벌여왔다고 비관적으로 보는 시각이 더 우세해 졌다고 볼 수 있다.
좀더 비관적인 시각을 가진 측은 『한국정부가 북한의 전술에 결국 말려들어 갔다』며 『40년이상 적대관계를 조성해온 북한이 하루아침에 변했으리라는 가정아래 순진하게 합의서에 서명해준 것』이라고 냉정하게 비판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정부의 공식반응은 아직은 『기다려보자』는 것이다. 오는 27일 남북한 핵공동통제위의 구성등을 지켜보고 노대통령이 제시한 3월18일 시한까지는 대응을 유보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앞으로 1개월 안에 북한의 태도가 확실해지지 않을 경우 미국은 나름의 대안을 갖고 독자적인 대응을 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그 대안은 우선 유엔안보리를 통해 북한에 경제제재를 가하며 외교적인 압력을 더욱 높이는 것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에 미국이 한국정부와 어느수준의 협조체제를 유지할 것인가가 관심이다.<워싱턴=문창극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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