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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날려버릴 수 있는 “화약고”/주택가에 버젓이 설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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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대형건물과 30m 거리면 “합법”/안전관리자 배치 등 무시/도시가스탱크 문제점 보완시급
【광주=특별취재반】 광주 해양도시가스탱크 폭발사고는 무방비상태의 보관·관리가 빚어낸 예고된 참사였다.
아파트 몇개동을 완전히 날려버릴 수 있는 폭발력을 가진 가스탱크가 주택가 고층아파트에 불과 2백여m밖에 안떨어진 곳에 버젓이 설치된채 최소한의 안전교육조차 받지않은 트럭운전사가 마구잡이로 가스를 탱크에 주입하는가 하면,소방서는 어떤 종류의 화학장비를 써야 하는지 몰라 우왕좌왕하며 불이 타는 것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이번 사고는 다행히 3백t짜리 대형탱크에는 불길이 옮겨붙지 않아 대형참사를 면했지만 도시가스 이용가구가 해마다 크게 늘어나 가스저장탱크가 도심 곳곳에 건설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때 보관·관리에 대한 제도적 개선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관리소홀=광주사고의 경우 법규상으로는 회사차량을 사용해 가스를 운반토록 하고 있으나 회사측이 돈을 아끼기 위해 지입제차량을 이용했고,안전관리교육도 받지 않은 운전사가 8도의 경사진 곳에서 받침목 설치는 물론 사이드브레이크조차 걸어두지 않은채 작업하다 사고를 냈다.
가스공급때에는 안전관리자를 배치하도록 되어 있으나 이를 무시했고 불이난 뒤에도 공장안에 있던 관리자들이 적절한 진화조치를 취하지 않은채 모두 대피해 버려 탱크폭발로 이어졌다.
사고탱크에는 불이 날 경우 자동으로 물이 쏟아지는 살수장치가 되어 있으나 내부탱크의 온도가 올라갈 때를 대비한 것이어서 외부화재의 경우에는 전혀 쓸모가 없었다. 또 외부에서 화재가 날 경우 가스를 자동배출하도록 되어 있는 안전밸브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등 평소 관리체계가 엉망이었음을 드러냈다.
5개의 저장탱크가 불과 1.5m의 간격을 두고 나란히 설치돼있는 점도 대형사고에 대비하지 않은 것이었다.
◇진화=광주시내 소방서에는 화학차가 2대 있으나 가스폭발사고의 경우에 대비한 화약약품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아 도움이 되지 못했다.
가스탱크와 같은 위험시설물이 설치된 지역의 소방서는 대형사고에 대비,불이 나면 평소 화학약품 선정과 사고에 대비한 훈련을 했어야 하는데도 이를 무시했다는 것이다.
화재가 날 경우 진화는 소방서에서 하지만 평소 가스시설 전반에 대한 관리는 가스안전공사에서 해온데다 양측의 협조가 이뤄지지 않아 불이 났는데도 소방서측이 탱크 용량·위치 등 기본사항도 모른채 진화에 나서 소방관 10여명이 오히려 화상을 입었다.
◇설치장소=사고가 난 해양도시가스는 주택밀집지역이란 이유로 82년 공장설립때부터 주민들이 시위등으로 설치 반대운동을 벌였고 설립후에도 10여차례나 진정서를 내는등 위험을 경고해 왔다.
90년에 건립된 용봉 현대아파트는 공장과의 거리가 불과 2백여m,중흥 파크맨션은 4백여m 밖에 떨어지지 않았고 80여가구의 상봉마을은 공장에 바로 인접한 상태다.
그러나 현행 도시가스사업시행령은 아파트·학교·병원 등까지도 도시가스 저장탱크와 30m만 거리를 두면 되도록 규정하고 있어 또다른 대형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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