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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산 다린 김정수·선수 사장 "형님·아우 손잡고 회사 살렸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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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1면

형제가 힘을 합쳐 부실 업체를 10여년 만에 알짜 회사로 바꿔놓았다. 경남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스프레이를 생산하는 ㈜다린의 김정수(56) 총괄사장과 중국 상하이 공장을 운영하는 김선수(45) 사장.

일본계 회사의 말단 직원으로 출발한 이 두 형제는 경영난에 빠진 회사 경영권을 인수해 지금은 연간 2백3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기업으로 키웠다.

스프레이는 화장품.세제의 내용물을 내뿜는 장치로 다린은 내로라하는 국내외 생활용품 제조업체에 이를 납품해 세계 10위권의 스프레이 생산업체로 올라섰다. 다린은 국내의 주요 화장품.세제 메이커 60여개사에 거의 독점적으로 스프레이를 납품하고 있다. 존슨&존슨.P&G.시세이도 등 세계 유명 화장품 메이커들에도 다린의 제품이 들어간다.

◇형제가 회사 인수 앞장=김정수 사장은 이 회사의 전신인 일본계 회사인 케니온의 생산부장으로 있던 1985년 동생을 불러들였다. 농장을 운영 중인 동생에게 같이 일하자고 권했다. 형도 하역 인부로 출발해 생산관리직까지 올라 생산직 사원으로 입사한 동생은 묵묵히 형의 뒤를 따랐다.

90년 이들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극심한 노사분규를 견디지 못한 케니온의 일본 경영진들이 공장 철수를 결정하자 다른 종업원들과 함께 회사를 인수한 것이다. 당시 형은 임원이었고 동생은 생산부장을 맡고 있어서 누구보다도 공장의 사정을 잘 알고 있었다. 임직원이 힘을 합치면 회사를 살릴 수 있다고 믿었다.

케니온은 한때 근로자 5백여명에 연간 1백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탄탄한 기업이었다. 그러나 분규가 장기화되면서 부채가 늘어나고 생산 라인은 6개월 넘게 멈췄다.

金사장 형제를 중심으로 사원들은 똘똘 뭉쳐 2년여 만에 부채를 모두 갚았다. 92년부턴 흑자를 내 회생의 발판을 마련했다. 회사 이름도 바꿨다. 지난해 국내외 3개 공장에서 2백30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 회사는 올해 3백만달러 수출탑을 받았다.

◇종업원이 기계 주인=다린의 직원들은 95년부터 저마다 기계를 소유하고 있다. 생산라인을 증설할 때마다 구입비를 사원들이 내 '기계별 소사장제'를 도입한 것이다. 공장에 있는 사출기 43대 중 20대가 사원 개인소유. 기계를 보유한 사원들은 월급 외에 매달 50만 안팎의 '기계 수당'을 받는다.

◇해외시장 개척 역할분담=회사의 경영은 형이 맡고 있지만 해외시장 개척 영역은 다르다. 품질을 따지는 일본.유럽 시장은 형이 맡고, 저가 제품으로 공략하는 중국과 동남아 시장은 동생이 뛰어다닌다. 중국 법인의 대표는 동생이다. 공장의 좋은 품질과 낮은 가격 제품을 함께 찾는 미국시장은 형제가 함께 나가 수주한다. 형제라는 사실을 굳이 밝힐 이유가 없어 서로 입찰 계약에 참여해 일감을 따내는 일도 적지 않다.

올해 정부가 뽑은 신지식인에 오른 김정수 사장은 "중국 공장을 동생이 맡으니까 핵심 기술이 유출될 염려도 없다"고 말했다. 055-294-8801.

마산=김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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