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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친공조직들 “선동”앞장/러시아의 반옐친 세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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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방중심 불만계층 규합/루츠코이부통령이 가장 강한 야당
23일 모스크바에서 벌어진 친공·보수파의 반옐친 시위가 소연방붕괴이후 최초로 유혈사태를 빚게됨에 따라 공산당과 소연방부활을 촉구하는 친공산당계 조직들이 새삼 관심을 끌고 있다.
러시아의 언론등에 따르면 친공산주의 계열 단체는 ▲자유러시아 인민당 ▲사회주의 노동자당 ▲전 연방 볼셰비키 공산당 ▲러시아공산주의 노동자당 ▲러시아 공산주의자 신당 등이 있다. 일부 전문가들은 구공산당 개혁파들을 중심으로 결성된 민주개혁운동도 신공산주의계열 단체로 간주하고 있다.
러시아 모니터지 발레리 네즈나모프 등은 이러한 단체를 크게 ▲온건개혁 엘리트 ▲급진개혁주의자 ▲복고주의자 ▲신볼셰비키등 4개 그룹으로 분류하고 있다.
그러나 23일 폭력사태를 초래한 세력들은 소연방 복귀를 주장하고 있는 ▲자유민주당 ▲연방민주당 ▲통합노동자전선과 자칭 「적색수도사」라는 빅토로 피추즈킨등 파시스트 세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통합 노동자 전선」등은 이미 지난달 18일 제1차 강령위원회를 개최하고 『나라를 망치고 조인트 벤처라는 미명으로 인민의 재산을 약탈하는 서구 제국주의자들의 협력자 보리스 옐친과 그의 갱들­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스타니 슬라프 샤탈린·가브릴 포포프·아나톨리 소브차크 등을 재판에 회부시켜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들 파시스트 세력이 아직까지는 조직력이나 호응도에 있어서 현 민주정부를 위협할 정도로 성장한 것은 아니다.
다만 23일 시위에서 보듯 이들의 「선동」이 사회의 분위기와 경제악화라는 상황과 맞물려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처럼 비칠 뿐이라는 것이 이곳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러나 지난 9일 시위처럼 적극적인 정치활동을 추구하고 있는 신공산주의단체들은 현재 조직이나 인원·자금등이 결코 무시할 수 없는 단계에 와있다.
이들중 가장 과격한 단체로 분류되는 「전연방공산 볼셰비키공산당」「러시아공산주의자 노동자당」「러시아 공산주의자 신당」은 모두 정통 마르크시즘을 추구하며 민주세력의 영향력이 아직까지 미미한 지방을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반옐친·반자본주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전 연방 볼셰비키공산당」은 지난해 11월8일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결성됐으며 보수파 이론가인 니나 안드레예바여사가 이끌고 있다.
「러시아 공산주의자 노동자당」은 지난해 11월23일 예카테린부르크에서 창당됐으며 군부내 극우파인 알베르트 마카쇼프 우랄군구 사령관과 교조주의적 학자 알렉세이 세르게예프를 끌어들여 기세를 한창 올리고 있다.
「러시아 공산주의자 신당」은 구공산당 중앙위원회내 마르크시스트 강령파가 중심이 되어 결성됐다.
한편 이들 신볼셰비키파들에 비해 다소 온건한 「인간의 얼굴을 한 사회주의」그룹과 구공산당의 법적 후계자임을 자임하는 조직들은 최근 지식층을 상대로 현정부의 경제실정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세력확장을 꾀하고 있다.
특히 조만간 확정될 헌법위원회의 공산당불법화 결정에 대한 법률적 심판이 마무리될 경우 「사회주의 노동자당」과 「공산주의자 동맹」은 구공산당 재산의 반환소송 및 의회진출 투쟁을 벌일 것으로 보인다.
로이 메드베제프·알렉산드르 데니소프등 구공산당 중앙위출신들과 러시아 의회내의 러시아공산당그룹 대의원들이 중심이 된 「사회주의 노동자당」은 91년 9월에서 10월사이에 결성됐으며 소베츠카야 로시야지를 통한 이념대결을 주도하고 있다.
반면 「공산주의자동맹」은 공산당중앙위원회내 마르크시스트 강경좌파인 A 프리가린 등과 구공산당 이념담당서기를 지낸 예고르 리가초프등이 중심이 되어 러시아를 구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사회주의적 가치관에 입각한 정책과 사회주의 이데올로기 밖에 없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편 이들과는 거리가 있지만 최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의 정책에 공개적인 비난을 퍼붓는 알렉산드르 루츠코이 부통령이 이끄는 「자유러시아인민당」(구러시아공산주의 민주당)도 공산주의적 가치관을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사실상 옐친정부에 가장 강력한 야당이다.
또 신공산주의 그룹에 포함시키기는 어려우나 모스크바의 정치분석가들은 알렉산드르 야코블레프·에두아르트 셰바르드나제등 구공산당 탈당자들이 이끄는 「민주개혁운동」그룹도 「친옐친」그룹은 아니며 오히려 이념적으로 신공산주의파라고 분류하고 있다.
이처럼 러시아의 반옐친 세력은 광범위하고 막강해 앞으로 사회·경제상황이 악화될때 심각한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그러나 현지 분석가들은 이들 반옐친세력들이 분열돼 있고 뚜렷한 대안제시에 실패하고 있기 때문에 당장은 옐친정부에 큰 위협이 되지 못하고 있다고 보고있다.<모스크바=김석환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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