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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워드로 푸는 역시 <13> 임시정부 진짜 생일은 언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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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1987년 개정된 헌법에서 대한민국 정부는 임시정부(이하 임정)의 정통성을 계승했음을 천명했다. 90년부터는 4월 13일을 임정수립 기념일로 정해 해마다 기념식을 열고 있다.

13일을 임정수립일로 정한 근거는 일본측 자료다. "1919년 4월 13일 내외에 독립정부를 선언"했다는 제국주의 일본의 짤막한 기록('조선민족운동연감'.동문사.1946)이 전해지고, 여기에 몇몇 생존 애국지사의 증언이 뒷받침됐다.

하지만 13일을 기념일로 정한 90년만 해도 자료가 제한적이었다. 중국과의 수교 이후 대륙에서 독립운동 자료들이 발굴되면서 임정이 11일에 수립기념식을 연 사실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가장 성대하게 치러졌다던 제23주년 기념식을 보자. 중국공산당 기관지 신화일보(新華日報)의 42년 4월 11.12일자에 의하면, 4월 10일 충칭(重慶)의 프레스센터에서 임정수립기념 전야제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중국의 내로라하는 정계 요인, 각국 외교사절, 내외신 기자 등 3백여 명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태평양전쟁(1941년 12월)이 발발한 직후라 임정에 대한 국제적인 승인이 나올 가능성이 컸고, 대일 전쟁에 교전단체로 참여하려는 임정의 의지도 드높던 때였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서 김구 주석과 조소앙 외무부장은 임정의 존재를 널리 알리며 지원을 촉구했다.

신문에 따르면 4월 11일 오전 8시 임정 청사에서 기념식이 거행됐다. 임정 및 의정원 요인들의 축사에 이어 충칭 거주 교민 등 참석자 전원이 대한독립만세를 외치는 것으로 기념식이 끝났다고 한다.

1919년 4월 11일 상하이에서 임시의정원(오늘날 국회)이 구성돼 헌법이 제정되면서 비로소 임정이 수립된 것이다. 다행히도 임정 수립일 고증 문제와 관련해 정부에서도 이를 전향적으로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들리고 있다.

김광재(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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