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인사는 서로 “안전운행”/부부 버스운전사 5년세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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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서울승합 강병천·배문순씨/사업실패 월세방서 시작/억척 4년만에 내집마련/운행중 마주치면 “배여사 사랑해요”외쳐
『여보! 빙판길 조심해서 운전하세요. 급하다고 서두르지 마시고요….』
『당신도 한눈 팔지말고 운전해요. 신호등 잘보고….』
부부 버스운전기사인 강병천(42)·배문순(38)씨 부부는 매일 아침 서로가 안전운행을 당부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강씨부부는 87년부터 서울 공덕동 서울승합(회장 유쾌하·66)에 함께 입사,5년째 핸들을 잡고 거리를 누비고 있다.
5년전 안방을 지키고 있던 부인 배씨가 대형버스 운전에 남편과 함께 뛰어든 것은 『단칸 셋방살이 설움』이 너무 컸기 때문이었다.
83년 결혼과 동시에 남편 강씨가 손을 댄 총포사가 망하는 바람에 빚잔치를 한후 보증금 1백만원·월세 6만원인 단칸 사글세방으로 옮기면서 끼니를 걱정해야 할 형편이 되자 취업전선으로 뛰어든 것이다.
이들부부의 출퇴근 시간은 오전근무일의 경우 오전 4시30분에서 6시 사이,오후근무일 경우 낮 12시∼오후 2시 사이에 출근해 하루 8∼9시간을 근무한다.
남편 강씨는 568번(명일동∼화양동∼경동시장) 노선을,부인 배씨는 813번(고덕동∼강동구청∼가락농수산물시장)등 노선을 각각 운행,노선이 서로 다르지만 운행도중 하루에 3∼4차례는 길에서 마주친다.
이때마다 강씨는 부인에게 윙크를 보내거나 승객들이 다 들을 정도의 큰소리로 『배여사! 사랑해요』라고 소리치며 서로 격려하는 신호를 보낸다. 『813번 버스를 고정 이용하는 손님들중에는 저희들이 부부운전 기사라는 것을 아는 손님들이 많아요. 때문에 남편이 「사랑해요」라고 소리칠 때마다 손님들이 폭소를 터뜨리는 바람에 얼굴이 화끈화끈 달아오르곤 하지요.』
그러나 배씨는 『「사랑해요」를 들을때 행복을 느끼고 힘이솟는다』고 했다.
월수입은 각각 80만∼90만원선,보너스는 연4백50%.
『운전을 처음 시작한 3년동안은 매년 설날·추석만 놀고 연장근무를 자원하면서 보너스만으로 생활하고 월급은 전부 저축했습니다.』
입사후 외식 한번 안하는 억척 구두쇠 살림으로 4년만인 91년 4월 강씨부부는 암사동에 소원이었던 내집을 마련할 수 있었다.
배씨는 『20평짜리(7천만원) 아파트였지만 이삿짐을 나르면서 너무너무 좋아서 펑펑 울고말았다』고 했다.
서울지역 시내버스 업체의 여자 버스운전기사는 총40여명. 그러나 부부가 한회사에서 나란히 핸들을 잡기는 강씨부부가 처음이다.
『저녁 늦은시간 술에취한 손님들이 낯뜨거운 농담을 건넬 때면 당장 핸들을 놓고 싶은 기분을 느낄때도 있지요.』
그러나 배씨는 오히려 술에 취해 종점까지 온 손님을 택시정류장까지 바래다 주기도 한다는 것.
내집마련을 하기전까지는 아이를 낳지않기로 했던 강씨부부는 앞으로의 소망은 『떡두꺼비 같은 아들놈이나 공주님을 낳는 것뿐』이라며 활짝웃었다.<전익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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