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무반 순찰땐 쑥스런장면 많아요”/여군 첫 헌병소위 김미경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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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여자 이전에 육군소대장 긍지/전방 경계실습 못한게 아쉬워
『주위에서는 아직도 저를 남자들과 똑같은 소대장으로 보지않고 여성으로 보려고해요. 그러나 저는 여자로서가 아니라 대한민국 육군 소대장으로서 할일을 다 한다는 생각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국방부 근무지원단 소속근무대 2소대장 김미경 소위(25)는 국군 최초의 여성헌병 소대장.
얼마전 최전방 경계실습을 자원했다가 상급지휘관의 「우려」때문에 뜻을 이루지 못해 무척 섭섭해하고 있다.
91년 2월 부산 동아대(중문과) 졸업과 동시에 여군에 입대한 김소위는 20주간의 기초군사 훈련을 마치고 여군 36기 소위로 임관했다. 14주의 장교초군반(OBC)과정을 이수한 김소위는 국내에서는 처음이자 유일한 여군 헌병병과 소대장으로 지난해 11월15일 국방부에 배치됐다.
육군이 별도의 여군병과를 해체하고 여군들에게도 남자들과 똑같은 병과를 허용한 것은 91년부터.
그후 여군들은 헌병·정훈·정보·수송·항공·보병 등 12개 병과를 지원할 수 있게 됐다.
『처음에는 소대원들이 나를 보고 히죽히죽 웃더군요. 키가 큰 헌병들을 세워놓고 주의를 줄때마다 무척 자존심이 상했습니다.』
김소위가 지휘하고 있는 2소대는 현재 남군 47명,여군 8명 등 모두 55명,그것도 육·해·공 3군 혼합헌병소대다.
내무반 순찰도중 남군들이 옷을 벗는 모습을 보면 지금도 쑥스러운 생각이 든다는 김소위는 자신이 우리나라 최초의 여군헌병 소대장이라는 자부심과 사명감에 가끔 심적인 중압감을 느낄때도 있다고 말했다.
오전 7시20분 출근과 함께 시작되는 김소위는 근무지 순찰과 태권도·허슬지도·당직사관·행사지휘 등 벅찬근무를 거뜬히 이겨내고 있다.
직속상관인 근무대장 권승재 대위는 『김소위가 생각보다 의욕적이고 치밀한데 놀랐다』며 『그래서 여자 소대장이라고 특혜를 봐주는 경우는 일절 없다』고 말했다.
1백64㎝·53㎏의 중후한 몸매에 다부진 모습의 김소위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상대만 나타나면 언제든지 결혼할 준비가 돼있다』며 『앞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한 계속 근무할 생각』이라고 포부를 밝혔다.<김준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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