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로또텔'광풍에 한때 자금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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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인천 송도 오피스텔 청약 '광풍'에 자금 시장도 들썩거렸다. 5조원이 넘는 자금이 여러 시중은행에서 한꺼번에 이탈, 청약은행인 농협에 몰리면서 다른 은행들이 돈을 마련하지 못해 쩔쩔매는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6일 한국은행 지급준비금을 구하지 못해 오후 늦게까지 가슴을 졸였다. 지급준비금은 은행이 고객 예금 가운데 일정 비율을 한국은행에 예치하는 제도. 공교롭게도 지급준비금을 채워야 하는 '지급준비금 마감일'과 송도 오피스텔 청약 마감일이 6일로 겹치면서 시중은행들이 때아닌 '돈 가뭄'에 시달린 것이다.

6일 농협에 몰린 송도 오피스텔 청약자금은 총 5조3000억원. 농협은 수조원의 자금을 어떻게 굴릴까 행복한 고민을 했지만 다른 시중은행들은 필요한 지불준비금이 모자라 농협이 돈을 풀어주기만을 기다리는 신세가 됐다. 지급준비금을 맞추지 못한 은행은 과태료를 물어야 하고, 신규 대출과 투자.외환 거래 등에서 제재를 받게 된다.

이날 오후 늦게까지 자금 부족 현상이 계속되자 한국은행은 긴급회의를 열고 지급준비금 마감 시간을 오후 6시 이후로 연기했다. 결국 거액의 자금을 받은 농협이 막판에 7000억원 정도를 콜시장(금융기관 간 초단기 자금 거래시장)에 풀면서 시중은행들은 오후 6시30분에야 겨우 지급준비금 마감을 할 수 있었다.

손해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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