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식량난에“두끼먹자”운동 NYT/북경특파원 연변교포 증언 보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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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쌀밥 너무먹어 사망”TV방송까지/지방선 산에서 풀 캐먹는 사람 많아
북한은 악화되는 경제위기에 직면해 일부 주민들이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해 산에서 풀뿌리를 찾는 형편이라고 뉴욕 타임스지가 18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이날 북한 국경지대인 중국 도문지역을 방문한 니컬러스 크리스토프 북경특파원의 현지기사를 통해 북한주민들이 기아에 허덕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의 친척들을 자주 방문하는 현지 한국교포들과의 인터뷰를 토대로한 이 기사의 요약은 다음과 같다.
북한은 경제위기에 직면해 식량부족이 악화되고 있고 일부 주민들은 굶주림을 줄이기 위해 산에서 독이 없는 풀을 찾고 있다.
식량부족으로 불만이 고조되고 사석에선 「위대한 수령」 김일성 주석을 가끔 경멸하고 집에서는 그를 조소한다.
북한에 친척을 둔 한국교포나 북한생활을 해본 외국인 등으로부터의 모든 정보는 북한의 일반주민들이 쌀이 부족하고 심지어 김치·젓가락·옷·전기,그리고 다른 모든 것이 부족한채 살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천2백만 인구를 갖고 세계에서 가장 전제주의국가인 북한에서 주민들은 공포때문에 그들의 생활이 훌륭하고 향상되어가고 있다고 말하고 있으나 한국교포들은 이 비밀스런 나라를 엿볼 수 있게 해준다.
불만의 징후에도 불구하고 북한에는 어디에나 두려움이 있고 생활의 질 저하가 국민들을 거리에 나서도록 하거나 체제에 도전하도록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모두 동의하고 있다.
이들은 북한의 기관원들이 자신의 코멘트를 알게되면 그들의 친척이 감옥에 보내지거나 처형될 것을 우려,솔직한 얘기를 하길 꺼린다.
프라우다 특파원으로 북한에 3년간 근무한 러시아의 세르게이 티코미로프기자는 북한주민들이 고기나 사치품을 특별한 행사때만 구입할 수 있다며 모스크바보다 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교민들에 따르면 전시도시인 평양보다 지방상황은 훨씬 나빠 평양 밖에선 살찐 사람을 볼 수 없다.
사과나 배 모양의 사람은 없고 모두 「바나나형」이라는 것이다.
미국에 사는 한 교포는 평양의 상황은 그런대로 참을만하나 다른 지역은 절망적이라며 그의 누이가 영양부족으로 건강이 나빠져있고 옷이라곤 외출복과 노동복 두벌 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노인들이 산에서 국거리를 위해 독이없는 풀을 찾고있는 모습을 볼 수 있고 이 때문에 일부 산은 풀이 없어졌다고 말한다.
북한주민들이 배급받는 쌀의 양에 대해선 7온스(2백g)에서 1.5파운드(6백75g·광부의 경우)까지 각기 설명이 다르다.
쌀배급은 정량이 못미칠 때가 많고 때때로 감자·보리·콩 등으로 보충된다.
한국음식의 주조미료인 고춧가루는 특별음식을 위해서만 사용된다.
식량난의 악화에 당국은 「두끼 먹자」는 운동을 벌이고 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과식의 위험과 소식의 이점을 설명하고 있는데 지난 가을 텔리비전 프로그램은 쌀밥을 너무 많이 먹어 위가 타버렸다는 한 남자의 죽음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방송했다.
북한주민들의 식량난이나 전력난에 대해 북한을 방문한 일부 한국교포들은 북한주민들이 곤경에 처해 있으나 기아상태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는데 이는 지방에 따라 상황이 크게 다름을 반영한 것이다.
한국교포들은 북한주민들이 불만을 말하고 중국이나 남한의 생활수준이 더 높음을 알고 있으나 주기적으로 나오는 일부지방에서의 폭동설을 별로 믿지 않았다.
이들은 북한주민들이 거리로 뛰쳐나오기 전에 아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들 대부분은 올해 79세인 김일성 주석의 사망후 군사쿠데타가 대중봉기보다 더 가능성있는 변화의 길이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었다.
한편 투멘시가 있는 얀비안지구에 살고있는 한국교민들은 오는 4월 김주석의 80회 생신을 맞아 북한으로부터 헌금을 요구받고 있는데 일부교포들은 북한의 친지들이 더 잘 대접받을 수 있다는 희망때문에 이에 응하고 있다.<뉴욕=박준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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