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A는 실용에 바탕 3불은 이념에 바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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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또 3불정책을 강조했다. 3월 22일 대전에서 열린 과학기술인 업무보고에서 "3불정책을 폐기하라는 몇몇 대학의 요구는 잘못된 것"이라고 한 지 보름여 만이다.

그래서 정치권 일각에선 한.미 FTA와 영어 교육 등과 관련해 세계화와 개방을 강조한 최근 발언들과 헛갈려 하기도 한다.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한.미 FTA에 대한 대통령의 소신이 실용에 바탕을 둔 반면 3불정책은 이념을 강조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그동안 기회 있을 때마다 3불정책 폐지론을 반박해 왔다. 2005년 7월 서울대가 본고사형 논술을 도입하겠다고 하자 "우수한 학생을 편하게 뽑아 일류 대학을 유지하려는 이유만으로 국가 교육 정책을 흔들어선 안 된다"며 "이번 주의 가장 나쁜 뉴스"라고 했다. 이로 인해 정운찬 당시 서울대 총장과 여권 사이에 긴장 관계가 형성되기도 했다.

그래서 3불정책은 현 정부 교육 정책의 '헌법'처럼 여겨지고 있다.

노 대통령은 왜 3불정책을 그토록 고수할까. 청와대 참모들은 교육과 관련한 노 대통령 특유의 소신, 철학이라고 설명했다. 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인 2002년 7월 18일 서울 배명중학교를 방문해 한 교사와 이런 문답을 나눴다.

▶교사="교육 문제는 대학입시 위주의 정책과 맞물려 있다. 어떻게 해결하겠나."

▶노 후보="입시 경쟁을 줄이는 정책은 어렵다. 대학의 서열을 없애거나 희석시키는 방법이 제일 좋다고 본다. 경쟁은 있되 한 줄로 세우는 게 아니라 여러 줄로 다양하게 세워야 한다."

청와대 관계자는 "3불정책이라는 용어를 만든 건 대통령이 아니라 언론과 교육계"라며 "대통령의 강조점은 공교육 정상화와 균등한 교육 기회 제공에 맞춰져 있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교육 철학"이라고도 했다. 노 대통령은 1998년 종로 보궐선거에서 당선한 뒤 15대 국회 후반기 교육위원을 했다. 그때 교육부 장관이 이해찬 전 총리다. 당시 노 대통령은 교원 정년 단축 등 교육 개혁 정책을 지지했다.

여권의 한 인사는 "지방 출신으로 어렵게 학업을 해 온 노 대통령은 국회 교육위원 등을 거치며 공교육 정상화의 소신을 다듬고 발전시켜 왔을 것"이라며 "그 결과물이 지금의 3불정책"이라고 했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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