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여성영화제에 초청된 말라라이 조야.
8일 서울 신촌 아트레온극장에서 조야를 만났다. 아프간 여성억압의 상징인 부르카(몸 전체를 가리는 의상)를 벗어던지고 정장 차림으로 나온 그는 이란어와 영어를 섞어 쓰며 인터뷰에 응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민주주의의 '가면'을 쓰고 있지만 인권탄압으로는 과거 탈레반 시절과 별로 다를 게 없어요. 그 가면을 벗기고 전세계에 아프가니스탄의 실상을 알리고 싶어요."
그러면서 "아프가니스탄의 여성인권 향상과 민주주의를 위한 투쟁에 한국이 많은 지지를 보내줘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사회단체인 아프가니스탄여성역량향상기구(OPAWC)에 소속해 있으면서 인권운동에 힘쓴 공로로 그녀는 지난해 광주인권상을 받았다. 6일 영화 상영이 끝난 뒤에는 관객들이 즉석에서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기도 했다.
그는 2003년 아프가니스탄 제헌의회에서 '군벌 타도'를 외치다 추방되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졌다. 그는 이 사건으로 줄곧 과격분자들의 살해 위협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방한 길에도 안전을 위해 잠시 호주에 머무르다 파키스탄을 경유해야 했다. 그러나 그의 표정에선 전혀 두려움이 느껴지지 않았다. "죽이겠다는 협박이 제 뜻을 꺾진 못하죠. 불편한 점은 많지만 언젠가 민주화를 이룰 것이란 희망으로 살고 있어요."
영화는 조야가 2005년 아프간 서부 지역인 파라에서 국회의원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열흘을 집중 조명한다. 덴마크의 다큐멘터리 감독 에바 물바드가 카메라에 담았다. "다른 후보자와 달리 안전 문제 때문에 마음대로 밖으로 돌아다니지도 못했죠. 그래도 지지 의사를 밝히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았어요. 가난하고 힘없는 민중들이 저에게 희망을 걸고 있다는 것에 무거운 책임감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작품 속 라헬라라는 10대 초반의 어린 소녀는 아프가니스탄의 비참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50대 중반의 지방 권력자인 한 남성이 라헬라를 강제로 셋째 아내로 맞아들이려 한다. 거부하면 가족을 모두 죽이겠다는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이 소식을 들은 조야가 중재에 나서보지만 소용이 없다. 영화 촬영이 끝난 뒤 라헬라의 삼촌은 살해되고 나머지 가족은 결국 이란으로 도피해야만 했다.
"많은 아프가니스탄 여성들이 라헬라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습니다. 스스로 남편을 선택하지 못하고 돈에 팔려가는 경우가 많지요. 거부하면 납치와 성폭행 같은 보복을 당합니다. 수도 카불에선 심지어 네 살 짜리 소녀를 납치해 성폭행하는 만행도 저질러졌습니다. 아프간에 민주화가 시급한 이유입니다."
글.사진=주정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