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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개혁·개방 1번지 선전 항만 파업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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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중국 개혁.개방의 1번지인 광둥(廣東)성 선전의 항구가 파업 몸살을 앓고 있다. 이곳 최대 항구인 옌톈(鹽田)항 근로자들이 이틀째 컨테이너 선적을 거부하는 바람에 세계 각지로 나가는 수출입 물품의 발이 묶였다. 민주화가 진전되면서 그동안 경제성장에서 소외됐던 근로자들의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것이다. 전에도 소규모 파업은 있었으나 800여 명의 근로자가 참여해 수출작업을 완전히 멈추게 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파업 규모가 커지고 있으며 횟수도 잦아지는 추세다. 항만과 같은 공공성이 높은 사업장에서도 파업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 민주화 진전에 따른 몸살=선전의 3개 항구 중 가장 큰 옌톈항의 근로자들은 7일 새벽 임금인상과 노조설립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참가자 대부분이 컨테이너 기중기 운전인력이어서 7일 오후 현재 5만여 개의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이 대부분 중단됐다. 파업 지도부는 1000위안(약 12만원)의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단 한 차례 100위안만 올려준 데 대한 반발이다. 파업 근로자들의 임금은 직종과 근무연수에 따라 3000~8000위안 정도다.

이들은 노조설립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근로자들은 "지난해 노조설립 협상을 제의했으나 거절당했다"며 "이번에는 반드시 쟁취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항구를 운영하고 있는 청콩그룹 측은 "근로자들의 요구가 터무니없다"며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 컨테이너 노조총회 셰랑런(謝浪認) 부주석은 "이번 사태가 정부 직권으로 해결된다 해도 그동안 경제발전에 소외됐던 다른 업종의 근로자들이 속속 단체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에도 컨테이너 운반차량 운전사 등 100여 명이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으나 사측이 협상 의사를 밝히자 이틀 만에 파업을 풀었다. 옌텐항에 이어 둘째 규모인 서커우(蛇口)항의 근로자 수백 명도 임금인상과 처우개선 등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 하루 파업을 강행했다. 이들은 사측으로부터 임금인상을 하겠다는 서면약속을 받고서야 작업을 속개했다.

◆ 한국 기업도 피해=한국 제품도 수백 개 컨테이너에 실려 이 항구에 들어간다. 따라서 이번 파업으로 한국 기업들의 피해도 예상된다. LG전자 홍콩법인 박기보 상무는 "한국 업체의 경우 중국 남부지역에서 제품을 생산해 선전항을 이용해 수출하기 때문에 피해가 생각보다 클 수도 있다.

LG전자도 광둥성 후이저우(惠州)에 있는 세계 최대 CD 공장 제품 일부가 이 항구를 이용하기 때문에 현재 피해 규모를 조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청콩 그룹 측은 "컨테이너 선적과 하역 중지로 하루 평균 수백만 홍콩달러의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며 수출업체들이 보상을 요구해올 경우 피해액은 더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선전시 당국은 파업이 길어질 경우 직권 중재를 통해 파업을 철회시킬 방침이다.

홍콩=최형규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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