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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지역 18만 인구|물 사정 너무 나빠 건강 위협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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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군 전체 인구는 18만명인데 상수도 보급률은 44%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취수원의 오염으로 수도물에서는 냄새가 나고 흙 앙금까지 생겨서 마실 수가 없어요. 군민 대부분이 수도 물을 믿을 수 없어 인근 야산에서 약수를 떠다 식수로 마시고 있습니다. 그러나 군에서는 정기적인 수질 검사도 하지 않은 채 약수터를 방치하고 있어 중금속 등 인체 유해 물질이 함유되어 있지나 않은지 매우 불안합니다』
상수도 보급률이 44%에 불과한데다 수질 또한 엉망이어서 약수를 식수로 사용하고 있는 경기도 파주군 11개 읍면 주민들의 한결같은 하소연이다.
그러나 파주군은 「예산 부족」 「일손 부족」 등을 이유로 정기적인 약수 수질 검사 요구조차 외면하고 있는 데다 개인 업자가 물맛이 좋은 약수터를 독점, 물 장사하는 것까지 묵인하고 있어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상수도 보급률=인구 18만명인 파주군 11개 읍·면 주민들이 필요로 하는 하루 평균 수도물은 3만5천여t. 그러나 임진강 상류인 파평면 금파리에 취수장을 두고 있는 문산 정수장의 하루 평균 급수량은 1만4천여t에 그치고 있어 문산·파주·금촌·법원읍 및 조리면 등 5개 읍·면 (8만여명)에만 수도물이 공급되고 있으며 교하·탄현·월롱·광탄·적성·파평면 등 6개면 10만4천명의 주민들은 1백71개소에 설치된 간이 상수도를 통해 수도물을 공급받고 있다.
◇상수원 오염=파주 군민의 상수원인 임진강은 지난 87년까지만 해도 전국에서 가장 맑은 강으로 꼽혔으나 최근 들어 자연 서식 어류인 민물 참게 등이 자취를 감출 정도로 크게 오염됐다. 이는 의정부·양주를 거쳐 금파리 취수장 상류인 임진강으로 흐르는 신천이 주변에 위치한 섬유·피혁 공장에서 방류하는 폐수로 오염돼 생화학적 산소요구량 (BOD)이 허용기준치 (10PPM)를 3배나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같이 금파리 취수장 주변 수질이 오염된 데다 문산 정수장의 정수 시설 또한 노후해 수도물을 받아놓으면 누런 앙금이 깔리고 악취까지 풍겨 마실 수 없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
또 지하수를 고지대의 공동 물탱크까지 끌어올려 공급하는 1백71개소의 간이 상수도 물은 지난해 수질 검사 결과 22개소가 식수로 부적합한 것으로 밝혀져 주민들 대부분이 약수를 마시고 있다.
◇수질 검사 외면=파주군 11개 읍·면 야산·사찰 주변 등에는 주민들이 식수로 사용하는 약 1백여개의 약수터가 산재해 있다. 파주군은 이들 약수터 중 비교적 이용률이 높은 대능·천현·오리·묘지·율곡·설마·두포·심학 약수터 등 8개 약수터의 물은 연간 2회씩 수질 검사를 실시한다고 밝히고 있으나 식수 적합 여부를 알리는 안내판이 설치된 곳은 단 한 곳도 없는 데다 구체적인 검사 결과를 공개하지 않아 형식적인 수질 검사로 눈가림하는 것이 아니냐는 비난이 일고 있다.
게다가 물맛이 좋기로 소문나 하루 평균 2백여명의 주민들이 몰렸던 새능 약수터는 개인업자가 독점, 주민 이용을 금지시키고 서울·의정부 등지에 약수를 팔고 있으나 군청 측은 이를 묵인하고 있는 실정. 이와 관련, 파주군 관계자는 『약수를 유료 공급하는 업자는 행정조치하고 정기적으로 수질 검사를 실시하는 약수터에는 안내판을 곧 설치하겠다』고 밝히고 있으나 일손 부족으로 전반적인 수질 검사는 어렵다는 입장이어서 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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