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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자는 뇌를 보면 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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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으로 본 정상인(左)과 살인범의 뇌. 정상인 뇌가 살인범 뇌보다 회색 부분이 많다. 정상인이 그만큼 뇌 활동이 활발하다는 것이다. [레인 교수 제공]

'2054년 미국 워싱턴의 경찰은 범죄가 일어나기도 전에 범인을 잡는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가 출연했던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상황 설정이다. 범죄 발생 시간과 장소, 범인을 예측하는 '프리크라임 시스템(Precrime System)'을 갖췄기 때문이다.

영화 내용과 비슷한 주장이 제기됐다. 사람의 뇌를 관찰하면 범죄자를 가려낼 수 있고, 범죄도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경찰청에서 열린 '제2회 범죄행동분석 학술 세미나'에서다.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에이드리언 레인 교수는 "범죄는 사회나 환경적 요소와 더불어 생물학적 요인이 매우 중요하다"고 밝혔다. 특히 뇌가 범죄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는 각각 41명의 정상인과 살인범의 뇌를 양전자 방사 단층촬영(PET) 방식으로 비교했다. 살인범의 뇌가 일반인보다 활동량이 적었다. 특히 전전두엽(前前頭葉) 부분에서 큰 차이가 났다.

그는 또 1978년 15세 소년 101명을 무작위로 뽑아 검사했다. 심장 박동이 느리고, 피부전도율이 낮고, 뇌파가 느린 소년들이 장래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됐다. 9년이 지난 뒤 실제로 24세가 된 소년들 중 17명이 범죄자가 됐다. 예측 정확도는 74.7%였다.레인 교수는 "사회.환경적 분석과 함께 할 경우 정확도는 88.5%로 올라간다"고 말했다.

72년부터 인도양의 모리셔스에서 한 실험 결과도 흥미롭다. 그는 3~5세의 원주민 아이 100명에게 영양.교육.신체활동에서 상대적으로 풍족한 환경을 제공했다. 아이들이 23세가 됐을 때 평범하게 자란 아이들과 비교했다. 풍족한 아이들이 범죄로 기소된 비율은 3.6%로 평범한 아이들(9.9%)보다 훨씬 낮았다. 레인 교수는 "실험에서 충분한 영양 공급이 범죄 성향을 가장 많이 떨어뜨렸던 변수"라고 설명했다.

◆ 범죄 예방과 생선 섭취=레인 교수는 결론에서 "생선을 많이 먹는 게 범죄를 예방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생선기름의 DHA와 오메가3 등의 성분이 뇌신경을 활성화한다는 이유에서다. 그에 따르면 생선 섭취와 살인 발생률의 상관성은 높은 편이다. 생선을 많이 먹는 일본.홍콩.한국 등의 살인 발생 건수가 적은 반면 생선을 잘 안 먹는 불가리아.미국.헝가리 등에선 살인이 많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교도소 수감자에게 생선유를 꾸준하게 줬더니 공격 성향이 눈에 띄게 줄었다는 실험 결과도 있다. 서울경찰청 행동과학팀 오익준 경감은 "레인 교수가 스스로 인정했듯이 아직 연구의 초기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 에이드리언 레인 교수=범죄의 발생과 요인을 신경생리학적으로 분석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영국 옥스퍼드대와 요크대에서 심리학을 공부한 뒤 1987년부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전전두엽=대뇌의 앞부분인 전두엽 중 운동신경 부위를 제외한 앞쪽 뇌. 의지.참을성.도덕성 등을 조절한다. 인간은 다른 동물보다 전전두엽이 발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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