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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자회담 연내 개최 물건너가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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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9일 미국이 일괄타결안을 한꺼번에 받아들일 수 없다면 최소한 차기 6자회담에서 '말 대 말'의 공약과 함께 '첫 단계 행동조치'라도 합의할 것을 요구했다.

대변인은 첫 단계 조치에 대해 "우리가 핵활동을 동결하는 대신 미국에 의한 테러지원국 명단 해제, 정치.경제.군사적 제재와 봉쇄철회, 미국과 주변국에 의한 중유.전력 등 에너지 지원과 같은 대응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무성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 기자의 질문에 대해 이같이 밝힌 뒤 "6자회담 재개 여부는 전적으로 우리가 제기한 (이 같은) 첫 단계 조치가 합의될 수 있는가에 달리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변인은 이어 "명백한 것은 그 어떤 경우에도 우리의 핵활동을 아무런 대가도 없이 공짜로 동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변인은 또 "미국은 지금 서면 안전담보라는 문서장 하나로 우리의 핵억제력을 송두리째 들어내보자고 하는 것 같다"면서 "우리가 미국의 미온적인 공약 하나만을 믿고 스스로 무장해제된다는 것은 상상할 수도 없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북한의 이런 입장은 '북한의 핵폐기 맥락에서 대북 안전보장을 제공할 수 있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한.미.일 3국의 차기 6자회담 공동문서안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에 따라 연내에 6자회담이 열릴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한.미.일이 지난 8일 중국에 전달한 공동문서안은 차기 6자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에 북한에 대한 에너지 지원이나 대북 제재 철회 등의 보상책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결국 차기 6자회담 개최를 위해선 참가국 간 사전 조율이 상당기간 이뤄져야 할 전망이다. 고유환 동국대 교수는 "북한이 제시한 내용을 미국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면서 "6자회담 재개에는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미국이 이라크 전후 처리 문제에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는 점과 북한이 참가국 간에 교섭 중인 사항을 공개해 버린 점 등도 회담 재개를 어둡게 하는 요소다.

그러나 북한이 이번에 핵 문제를 협상을 통해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는 점은 6자회담이 완전히 무산되지는 않을 것임을 예상케 한다.

오영환.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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