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과수 부정의혹 벗겨져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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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문서감정담당자가 뇌물을 받고 허위감정을 해왔다는 폭로에 따라 국과수 전체의 공신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아직은 일방적인 폭로의 단계이고 혐의자도 관련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어 단정적으로 말하긴 어려우나 폭로의 내용이나 과거의 부정사실에 비추어 볼때 의혹을 사기에는 충분하다고 여겨진다.
국과수의 허위감정이 말썽이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지난 70년에 문서감정직원이 뇌물을 받고 허위감정을 해준 사실이 드러나 구속된 일이 있고,72년엔 국과수의 잘못된 감정으로 구속기소됐던 피고인이 재판부의 증거조사에 의해 무죄석방되었었다. 또 지난 76년에도 문서감정 담당직원이 인감도장 감정을 허위로 해주어 해직된 사실이 있다.
이러한 과거의 비리사실들에 비추어 볼때 이번 사건도 그 연장선상에 있는 것일 개연성은 충분하다고 하겠다.
따라서 검찰과 경찰은 적극적이고 철저한 수사에 나서 흑백을 가려야 한다. 우리는 당국이 이번 사건수사에 신속성과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것을 유감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번 폭로의 내용이 소송관련자들간의 이해다툼에서 비롯된 모함일 가능성도 있겠으나 어떻든 언론에 대대적으로 보도되어 국과수 전체의 공신력이 의심받게된 마당에 수사에 신속성과 적극성을 보여주지 않는다면 검찰과 경찰마저 의혹을 사게될 것이다.
민간상대의 유일한 공적감정 기능을 지닌 국과수의 공신력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도 이번 사건은 한점의 의혹도 남김이 없이 파헤쳐져야 한다.
검찰이 이번 사건에 신속성이나 적극성을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은 지난해 재야쪽과 명예를 걸고 다툰 강기훈씨 사건이 바로 국과수 감정의 공신력과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 항간의 추측이다. 이번 사건의 혐의자가 바로 강씨사건의 필적감정자이며 1심에서의 유죄판결의 결정적인 근거가 그 감정이었다는 점에서 검찰에 대한 의혹마저 일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검찰은 스스로의 명예를 위해서도 하루빨리 적극적인 수사에 나서 철저히 진상을 밝혀야 한다. 설사 이로인해 강씨사건에 대한 국과수 감정서의 증거능력이 흔들리게 되는 한이 있더라도 진상은 당연히 밝혀야만 한다. 국과수가 지니고 있는 광범위한 기능에 비추어 볼때 이번 사건이 흐지부지 처리될 경우 국과수의 감정이 필요한 사건마다 말썽이 일어날 것이다.
한편 이번 사건은 국과수의 현 감정체계가 과연 공정성과 정확성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것이냐 하는 의문을 갖게 한다. 감정의 공정성과 정확성을 한 개인의 도덕성에만 의존할 수는 없다. 이기회에 국과수의 조직과 기능,업무체계,지휘 및 감독체계,전문인력과 장비현황등 모든 문제를 전면적으로 검토하여 국과수의 공신력과 정치적 중립성을 확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국가유일의 민간상대 감정기관이 공정성을 의심받고 이제 와서는 그 도덕성마저 의혹의 대상이 되고 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로 국과수가 새로운 출범을 할 계기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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