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법 개정안 심의 못해… 연금 개혁 좌초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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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국민연금 기금 고갈 시기를 20년 이상 늦춰 재정을 안정화시키려는 시도가 좌초 위기에 처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9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었으나 국민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하지 못했다.

개정안은 10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로 넘어갔지만 거기서도 제대로 처리되지 못할 가능성이 커졌다. 개정안은 보험료를 소득의 9%에서 15.9%로 단계적으로 올리고 노후 연금지급액을 생애소득의 60%에서 50%로 낮춰 기금 고갈 시기를 2047년에서 2070년으로 늦추자는 게 골자다.

서울대 김상균 교수는 "국회의원들이 1998년 법 개정 때처럼 이번에도 정략적으로 접근해 법을 제대로 손보지 못하면 연금 개혁은 점점 어려워져 후세대에게 큰 짐을 안기게 된다"고 비판했다.

이날 법안심사소위는 오후 본회의를 앞두고 의사 일정에 쫓겨 연금법 개정안을 심의하지 못했다. 지난달 말 심의하기로 돼 있었으나 한나라당의 등원 거부로 시간에 쫓겨 정기국회 회기를 넘긴 것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이유는 다른 데 있다. 15명의 보건복지위 의원들의 대부분이 "노동계.시민단체.가입자 등 어느 누구도 찬성하지 않는 개정안을 왜 우리가 손을 대느냐"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복지위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내년 총선에서 득표에 도움이 안된다고 판단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개정안 처리 반대는 법안심사소위 위원장인 이원형 의원을 비롯한 한나라당 의원들이 주도하고 있다.

이들은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대선후보 TV 토론 때 '연금지급액을 깎으면 용돈제도가 된다'고 해놓고 이제 와서 연금을 깎으려는 점을 사과하라"고 정치 공세를 펴고 있다.

개정안이 임시국회를 넘기면 16대 국회가 존속하는 내년 5월 말까지 계류된다. 하지만 총선을 감안하면 자동 폐기될 가능성이 크다. 정전원장은 "이럴 경우 연금 개혁은 2008년으로 미뤄지는데 그때가 되면 개혁이 지금보다 훨씬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신성식 기자

<국민연금 개혁 일지>

▶2002년 3월 국민연금 발전위원회 개혁방안 논의 시작

▶2003년 5월 발전위, 세 가지 개혁안 정부에 보고

▶8월 복지부, '보험료 15.9%-소득대체율 50%'안 공청회 공개

▶10월 정부 연금법 개정안 국회 제출

▶11월 14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상정

▶11월 26일 법안심사소위 연기

▶12월 8~9일 심의 못해 임시국회로 이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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