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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음악회에 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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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한나라당대표(左) 김범일 대구시장

3일 밤 예술의전당 콘서트홀 로비는 마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대선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 로비 곳곳에는 '경축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라는 문구가 새겨진 플래카드와 배너가 나부꼈다. 지난 1일 막이 오른 예술의전당 주최 '2007 교향악축제'의 4일째 공연인 대구시향 연주회 리셉션엔 대구.경북 출신 거물급 인사들이 참석했다. 음악회가 끝난 후 로비에서 열린 리셉션에서 박 전 대표는 사회자인 최영은 대구 예총회장의 권유로 축사를 하기 위해 마이크를 잡았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로비는 메아리 현상과 울림 때문에 마이크 소리가 제대로 들리지 않았다. 사방이 대리석과 콘크리트.유리로 둘러싸여 있기 때문이다. 박 전 대표의 축사 내용을 요약하자면 이렇다. '대구 시향 연주를 감명 깊게 잘 들었다. 대구는 예부터 문화예술의 도시로 자긍심이 높다.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를 축하한다. 그동안 대회를 유치하느라 동분서주 노력한 대구 시민들에게 감사드린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유치는 대구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의 경사다.'

'교향악 축제'는 수도권 교향악단과 지방의 시립교향악단이 참가해 열띤 경연을 펼치는 페스티벌이다. 일찍부터 그 지방 출신의 CEO나 국회의원 등 유력 인사들을 초청해 재경 향우들의 결속감을 다지는 축제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올해의 경우 대선을 바로 앞둔 시점이어서 여느 해보다 초청받은 인사들의 참석률이 높았다는 게 관계자의 전언이다.

이날 음악회에는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해 대구.경북 지역 출신 한나라당 국회의원 9명이 참석했다. TK 출신의 재계.법조계 인사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초대권은 예년처럼 대구 예총의 의뢰로 대구시립예술단 사무국에서 발송했다. 대구시립예술단 단장은 대구시장이 맡고 있다.

이날 대구시향(지휘 이현세)이 들려준 곡은 토마스의 '레이몬드 서곡', 차이코프스키의 '바이올린 협주곡'(협연 엄성용), 라벨의 '어미 거위', 드뷔시의 교향시 '바다' 등.

박 전 대표와 국회의원 8명은 2층 로열석에 앉아 앙코르곡(드뷔시의 '작은 모음곡' 중 '조각배' )이 끝날 때까지 자리를 뜨지 않고 연주를 경청하며 대구시향에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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