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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평가된 아시아 기업들 사모펀드서 M&A 확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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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사모 주식투자펀드(PEF.Private Equity Funds)가 아시아 기업 인수.합병(M&A)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고 파이낸셜 타임스(FT)가 9일 보도했다.

FT는 지난달 칼라일 그룹과 JP모건이 한국 6위 은행인 한미은행 지분을 매각 대상으로 내놓아 이 거래가 올해 아시아 지역의 최대 M&A 거래로 떠올랐지만 PEF들은 여전히 매입 위주로 아시아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시아 지역의 경제성장률이 높은 데다 이 지역에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기업들이 많기 때문이다.

지난 8월 미국 리플우드 펀드는 일본텔레콤의 유선전화 사업을 24억달러에 매입했다. 9월엔 론스타펀드가 외환은행 지분 51%를 12억달러에 사들였다. 이는 이제까지 외국인이 한국 금융업에 투자한 금액 중 사상 최대다.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아시아 기업에 대한 PEF 투자는 이미 1백46억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실적을 넘어섰으며, 올 연말까지 1백75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FT는 PEF의 아시아 투자는 지난 10년간 3백%나 증가했으며, 지난 6월 현재 투자총액이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7월 5일자에 '사려깊은 거래의 매력'이라는 특집기사에서 오늘날 대규모 기업 거래의 이면에는 비밀스러운 PEF가 버티고 있다고 소개했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PEF는 공개된 주식시장 이외의 곳에서 주식을 사고파는 펀드를 광범위하게 일컫는 말이다. 투자자들은 부유층을 중심으로 가족 신탁, 대학 기부금, 연기금 등 다양하다.

PEF는 기존 경영진을 해고할 만한 지분을 사들인 뒤 새 경영진을 임명하는 방식으로 회사가치를 끌어올린다. 수익은 '탈출(exit)'을 통해 나온다. 보통 3~10년을 투자한 뒤 증시 등을 통해 자금을 환수한다.

미국에서는 최근 수년 새 기술주 거품 붕괴로 벤처캐피털이 주춤하면서 이들 PEF가 자금을 대거 끌어들었지만 지난해엔 유입 자금이 크게 줄었다.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경기 침체가 한동안 지속되는 만큼 PEF의 사업 기회는 계속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조조정을 위해 비핵심사업을 청산하는 기업들이 늘어나 PEF들에 먹잇감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서경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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