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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도 병원도 쉬는 연휴/응급진료체계에 “구멍”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전문의 없다”“보험계약 안됐다”/5곳전전 사고환자 숨져/보사부·경찰 “진료거부땐 의사 구속”
연휴만 되면 병원·약국을 찾는 응급환자들이 골탕을 먹고 있다.
설날연휴기간 병원측이 병상부족 등을 이유로 응급환자 진료를 거부,5개병원을 찾아간 환자가 끝내 숨져 보사부·경찰이 진상조사에 나섰다.
보사부는 이들 병원을 의료법위반혐의로 고발하는 한편 경찰은 관련 당직의사들의 진료거부행위가 명백히 드러날 경우 전원 구속키로 했다.
그러나 명절연휴·휴일이면 병원측의 이같은 진료거부행위가 계속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약국들도 일제히 문을 닫아 당국의 연휴기간 응급환자 진료대책이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진료거부=3일 오전 1시40분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장 앞길에서 배추를 실은 손수레를 끌고 길을 건너던 전길수씨(54·서울 후암동)가 5t 화물트럭(운전사 송이남·41)에 치여 병원 5곳을 돌아다니다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나자 운전사 송씨는 택시를 잡아 현장에서 2㎞쯤 떨어진 석촌동 남서울병원으로 전씨를 옮겼으나 병원측은 고환파열증세에 대한 응급처치만 한뒤 큰 병원으로 옮길 것을 요구,1㎞쯤 떨어진 풍납동 서울중앙병원으로 갔지만 『교통사고환자에 대한 보험처리가 안된다』는 이유로 택시에서 내리지도 못하게 했다는 것이다.
전씨는 다시 길동 강동성심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상태가 급하니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말해,인근 송천병원에서 응급처치만 받은뒤 다시 서울중앙병원으로 갔으나 병원측은 5백만원의 치료비를 예치하지 않으면 입원치료가 불가능하다고 재차 거부,사고난지 1시간 50분만인 오전 3시30분쯤 도곡동 영동세브란스병원으로 이송하던중 숨졌다.
운전사 송씨는 『사고가 났을 당시 전씨는 뺨에 약간의 상처가 있었을뿐 출혈이 없었고 별다른 외상도 없는 상태였다』며 『그러나 병원 5곳을 전전하는 사이 점차 병세가 악화된 전씨가 마지막으로 서울중앙병원에서 진료거부를 당한뒤부터 허리를 비틀며 경련을 일으키다 갑자기 숨졌다』고 말했다.
서울중앙병원측은 이에 대해 『해당 진료과전문의와 병상이 없어 치료가 불가능했고 보험사측과 자동차사고 보험계약을 맺지 않은 상태여서 되돌려 보냈다』고 해명했다.
◇보사부·경찰조사=보사부는 4일 전씨 사망사건이 나자 뒤늦게 관계공무원 40여명으로 12개 특별조사반을 구성,시중병원의 당직의사 근무상태,병상확보상태등 설날연휴기간의 응급진료체계에 대한 실태조사에 착수했다.
보사부는 이와 함께 서울중앙병원·강동성심병원등 2개병원을 의료법위반혐의로 고발했다.
경찰은 명백한 진료거부혐의가 드러나는 이들 병원 당직 의사 등은 전원구속키로 했다.
◇진료마비=보사부는 설날연휴에 앞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병원등 서울시내 41개 종합병원등 전국 1백여개 병·의원은 비상진료병원으로 지정했으나 일선병원 현장감독을 소홀히해 일부 병원에서는 당직의사가 정위치 근무를 하지 않는 가하면 인턴·레지던트등 미숙한 의사들이 근무하는 병원도 많았다.
약국의 경우도 마찬가지여서 서울 여의도 아파트밀집지역의 경우 4일 3∼4단지마다 한 곳꼴로 문을 열었고 그나마 휴업한 약국들이 문을 연 약국의상호명이나 위치 등을 안내해 놓지 않아 주민들이 약국을 찾아 30∼40분씩 헤매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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