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세계바둑오픈' - 神算 이창호, 반집차로 쓰러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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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5면

제8회 세계바둑오픈 8강전
[제13보 (283~315)]
白.李昌鎬 9단 黑.謝 赫 5단

패를 하지 않았으면 흑 반집승은 부동이다. 그러나 셰허5단은 마지막 초읽기에다 생전 처음 맞보는 지독한 흥분 때문에 반집을 이긴 것 같기도 하고 진 것 같기도 하다. 우하의 패는 그래서 시작되었고 사실상 이 패는 굴러들어온 복을 발로 차버린 대 패착이었다.

패싸움이 제대로 이어진다면 흑은 한집을 손해볼 수밖에 없고 결국 바둑은 백의 반집승으로 끝나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운명일까. 이날의 일진일까. 이창호9단에게서도 284라는 끝내기 실수가 등장하고 말았다.

284로 304 자리에 따냈으면 백승이었다. 李9단이 284로 둔 것은 A의 팻감 한개를 없애기 위한 것. 그러나 이 바람에 훗날 304의 가일수가 필요하게 되었고 이 한집의 손해가 최후의 변수가 되었다.

289로 팻감을 만든 수가 좋았다. 계속해서 291로 패를 썼을 때 <참고도> 백1로 계속 따내는 것은 안된다. 흑은 석점을 잡는 것이 아니라 흑2로 끊어 넉점부터 잡는다.

우하귀의 패는 결국 백의 한집 이득으로 끝났으나 304의 손실로 인해 이창호9단은 결국 패배하고 말았다.

신산(神算)이라 불리는 이창호9단이 최후의 끝내기에서 그것도 반집차로 무너진 것은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총보는 생략한다. (288-? 293.299.305.311-? 296.302.308.313-290 312-285) 315수끝 흑반집승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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