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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분안배 충실 3파 “현상유지”(공천으로 본 민자당 판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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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노대통령 친위그룹 확대 눈길 끌어/민정쪽 우세하나 분화소지 많아/민주·공화계는 단선·집중화 뚜렷
민자당의 14대 총선 공천결과가 역대 여당의 현역의원 탈락률중 최소치(15%) 기록이 말해주듯 당내 3계파의 세력판도에 두드러진 변화로 연걸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전체 2백37개 지구당중 58명을 교체(신설지구당 13개 포함)한 내용을 보면 민정계의 세신장,민주·공화계의 다소간 위축형태로 나타났지만 전반적으로 역학구조의 현상유지 형태로 평가되고 있다.
양적인 면에서 5대3대2의 3계파 판세에 약간의 변동이 있지만 질적측면에선 현상고수의 면모가 다분하다.
그러나 민정계내에는 미묘한 세력재편의 기운이 감돌고 있어 총선후 대통령후보 선출 전당대회를 앞두고 판도변화가 뒤따를 것이 분명하다.
무엇보다 노태우 대통령의 친인척 삼총사인 김복동(대구 동갑) 박철언(대구 수성갑) 금진호(영천­영풍)씨의 등장은 민정계의 분화를 촉진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김영삼 대표의 민주계와 김종필 최고위원의 공화계는 단선·집중화현상이 가속화되고 있다.
김대표측에 따르면 부산은 민정계를 민주계로 편입해 범YS계로 거의 채색했다는 것이며 경남의 민정계도 심정적으로 김대표쪽에 기울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경남에서 노대통령 직계 부대인 정동호(의령­함안)·신재기 의원(창령)과 배명국 전 의원(진해­창원군)이 김대표가 지원하는 민주계를 꺾고 공천을 따냄으로써 김대표의 의도가 주효하지 못했음을 보여 주었다.
이는 노대통령이 공천을 통한 당내 장악력을 유지하고 경남에 직계부대를 관리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되고 있다.
충남·대전은 공화계가 민정계의 집요한 공세를 물리쳐 김종필 최고위원의 소위 「중부권 역할론」의 공간이 확보됐고 당내 역학관계에서 캐스팅보트의 역할을 하게 됐다는 평가다.
강원·인천도 판세가 거의 그대로 유지됐고 경기의 변화도 미미해 향후 대권경쟁에서 이곳 위원장들이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관심을 끌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 김대표계는 애착을 보인 마포을·은평을을 민정계에 넘기고 강남을 진입시도도 노대통령 직계인 김만제 전 부총리의 입성으로 실패해 손실을 입었다.
특히 이종찬 의원을 비롯,신 정치그룹의 오유방·김중위 의원 등이 총선에서 서울의 중심적 역할을 할 것으로 보여 신 정치그룹의 세확장도 관심을 끌고 있다.
경북에서 3선의 오한구(봉화­영향) 정창화(의성) 박재홍(구미) 의원등 중량급이 탈락해 범 TK(대구·경북)세력의 재편을 예고해주고 있으며 이는 민정계이합집산의 변수로 등장하고 있다.
대구·경북은 친인척 3인과 김윤환 총장·박세직 전 서울시장간의 영향력 확산경쟁이 치열할 듯하며 이치호·김중권 의원도 둑자노선을 모색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중 김총장은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으면서 허주(그의 아호)계의 내실을 기했다는 평판을 얻고 있으며 공천과정에서 유·무형으로 맺은 인연이 그의 입김을 커지게 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그의 친 YS성향에 대해 각 계파는 주목하고 있다.
이번에 가장 주목되는 것은 역시 노대통령 친위그룹의 확대다. 노대통령은 자신의 집권 후반 통치력의 지원 및 퇴임이후를 겨냥해 당과 원내에 그의 직계세력을 확대하려 했었고 이번 공천에서 그 의도가 가장 뚜렷하게 나타났다.
이들은 앞으로 대권경쟁에서도 노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충실하게 따르는 세력이 될 것이다.
노대통령 직계는 ▲박태준 그룹 ▲이춘구 부대 ▲통추위출신의 박준병·이승윤 ▲전·현직 핵심당직자 ▲청와대 수석·장관출신 ▲일부 관망파로 구성된 최대세력이다.
박태준·이춘구 그룹과 별도로 서정화·나웅배·김만제(이상 서울) 김진재(부산) 유수호(대구) 이승윤(인천) 이자헌(경기) 심명보(강원) 박준병(충북) 임재길(충남) 유학성(경북) 김영일(경남) 조남조(전북) 구용상(전남) 위원장 등이 속해있다.
이들은 합당이후 계파간 갈등때 무게중심을 지켰다고 자평하고 있으며 노대통령의 지시만 떨어지면 즉시 행동으로 옮기겠다는 충성서약을 하고 있다.
이들중에는 체질적으로 계파색깔을 띠기 싫어하는 부류나 「눈치파」도 끼어있어 소극적이라는 지적도 받고 있다.
민주계에서는 이들을 집중 공략대상으로 삼고 있으며 이번 공천과정에서 일부 위원장에 대해 회유·설득을 했다는 후문이다.
이들은 노대통령의 「우산」에 들어가 있다는 이유를 내세워 YS계나 다른 민정계의 「끌어들이기」 교섭을 거절하고 있다.
앞으로 미묘한 대권후보 경쟁속에서 이들이 계속 친위그룹으로서의 구심점을 보일지는 분명치 않다.
김복동·금진호씨도 현재는 노대통령의 직계지만 그들의 의욕으로 미뤄 총선후 세력경쟁에 본격 뛰어들 것으로 보인다.
박철언 의원의 월계수회는 이번에 민정계쪽에서 가장 큰 견제를 받았으나 그런대로 세력을 고수했다. 그러나 공천경쟁과정에서 월계수회 출신의 결속력이 흔들리는등 상당한 심리적 타격을 받고 있다.
월계수회는 이덕호·황성균·김진영 의원 3명이 탈락하고 그 대신 양경자·강재섭 의원과 김동권씨가 새로 들어가 전체 세력을 간신히 유지,민정계내에서는 나름대로 발언권을 행사하게 됐다.
박태준 최고위원도 1월의 대권 전초전·공천을 겪으면서 단순한 민정계 중간관리자의 위치를 넘어 자체 직계부대를 편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시 노대통령 직계그룹인 이춘구 부대는 공천에서 거의 타격을 받지 않았다.
이의원은 1월초 대통령 후보결정 문제를 둘러싼 충돌때 노대통령의 의중을 가장 정확히 파악하고 있음이 확인돼 이들 직계 부대의 거취가 계속 주목을 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현 세력분포와 상관없이 변화의 잠재력이 상당한 것으로 보이며 이미 김대표측에서는 「YS의 손때가 짙게 묻은」 민정계 위원장들이 30명 수준이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때문에 민정계 1백50명 내외,민주계 53명,공화계 30명 수준의 판도는 이제부터 어떤 변화를 맞을지 주목된다.<박보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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