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동건설·스타리스 매각 착수 … 론스타, 한국 떠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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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론스타가 극동건설과 스타리스의 매각작업에 나서면서 한국 사업을 접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관련 재판 등으로 매각이 중단돼 있는 외환은행만 제외하고 사실상 모든 회사를 팔고 한국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 중단된 론스타 투자=1998년 한국에 진출해 11조1800억원을 투자할 정도로 왕성한 식욕을 과시했던 론스타가 주춤해진 것은 2005년 초. 당시 인수 직전까지 갔던 새한미디어 인수가 국내 여론 때문에 좌절되면서부터다. 유리한 조건을 내걸었음에도 론스타에 대한 여론이 악화하면서 인수에 실패했다. 이후 2006년에는 외환은행 불법 매각 의혹이 검찰 수사로까지 비화하자 론스타는 한국 투자를 중단했다. 2004년 9월 한국투자신탁증권으로부터 7380억원 규모의 부실채권을 매입한 게 전부다. 이런 상황에서 외환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두 회사를 파는 것에 대해 한국 사업을 접기 위한 수순으로 해석되고 있다. 인수 기업 외에 2000년 무렵 대거 사들인 부실채권의 경우 대부분 회수한 상태다.

금융계의 한 관계자는 "극동건설의 경우 올해 건설경기 부진으로 매각 환경이 좋지 않은데도 론스타가 매각을 서두르고 있다"며 "이제 돈은 벌 만큼 번 데다 여론 때문에 더 이상 한국에서 사업을 벌이기가 어렵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외환은행에 대해서도 론스타가 재판 상황과 여론 추이를 본 뒤 가능한 한 이른 시간에 매각을 다시 추진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신들은 최근 지난해 기업공개(IPO)로 큰 돈을 모은 중국 공상은행이 외환은행에 관심이 있다는 보도를 하고 있다.

현재 한국 투자를 전담하는 론스타 코리아의 경우 많은 직원이 회사를 떠나고 현재 직원은 6명에 불과하다. 론스타에 정통한 한 금융계 인사는 "그레이켄 회장이 한국 투자를 계속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실제로는 한국 투자에 의지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있는 론스타 코리아 인원도 대부분 투자전문가가 아닌 관리직원"이라고 말했다.

◆ 두 회사 매각으로 수익 '짭짤'=극동건설과 스타리스 매각을 통해 론스타는 최소 원금보다 두 배 이상의 수익금을 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2003년 론스타가 1700억원에 지분 98.1%를 인수한 극동건설은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고도 유상감자와 배당 등을 통해 지난해까지 2200억원을 회수했다. 이미 투자 원금 이상을 벌어들인 것이다. 여기다 알짜회사로 탈바꿈한 극동건설을 올해 팔면 수천억원의 매각 차익을 추가로 얻게 된다. 2002년 1500억원에 인수한 스타리스 역시 최근 재무건전성이 크게 향상돼 최소 두 배 이상의 가격으로 팔릴 것으로 예상된다. 외환은행의 경우 매각 성사 시 3조원 이상의 차익이 예상된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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