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비붐「차세대」3년 동안「과밀중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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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올해부터 94년까지 3년간 서울 시내중학교 학생수가 일시적으로 급증해 중학교 교실이 크게 부족하게 됐다. 이는 50년대 초 6·25∼휴전까지 3년간 계속된 전쟁으로 인구가 줄어들면서 출산이 장려돼 신생아가 급격히 늘어났던 이른바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들인 국교 4, 5, 6학년 학생 중 올해 졸업하는 6학년이 중학교에 처음으로 진학하기 때문이다.
서울시 교육청은 이들 학생들의 수용방안을 놓고 고심하다 이같은 현상이 일시적인데다 예산부족으로 학교신설이 어려워 학급당 학생 수를 지난해 52명에서 54명으로 늘려 수용키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교육청이 앞으로 중-고교를 대폭 신설하지 않는 한 이들 베이비붐세대 자녀들은 중학교 3년뿐만 아니라 고교3년 동안 계속 비좁은 콩나물교실에서 공부를 해야 하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특히 강동구의 경우 수용능력에 비해 학생수가 대폭 늘어나 현행 구별로 돼 있는 학군제대로 학생을 배정하면 학급당 학생수가 68명에 이를 전망이어서 이 지역의 과밀학급이 심각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베이비붐 여파=베이비붐 세대에 속하는 학생들은 ▲올해 중학교 진학예정자 20만8천1백10명(타 시-도 및 검정고시 출신자 포함) ▲6학년 진급예정자 20만40명 ▲5학년 진급예정자 19만8천3백25명 등으로 그 이전의 ▲중2진급예정자 18만1천7백11명 ▲중3진급예정자 18만5천4백7명, 그 이후의 ▲국교 4년 진급예정자 18만5천9백35명 ▲국교3년 진급예정자 16만8천6백87명 등과 뚜렷한 수적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중 올 봄 중학교에 입학하는 학생은 지난해보다 2만6천2백33명이 늘어나 이들 학생들을 현재의 학급당 평균정원인 52명 수준으로 수용하려면 12학급 규모의 학교 34개를 지어야 할 판이다.
◇대책=교육청은 급격한 중학입학생증가에 따른 과밀학급해소를 위해 중-고교 신축사업비등 2천3백85억 원의 예산지원을 요청했으나 올해 책정된 시설비예산은 학교부지 4곳(36학급 규모)의 확보 비에도 못 미치는 9백30억 원에 그쳐 학교 신설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교육청은 또 막대한 사업비를 투자해 학교를 지을 경우 베이비 붐 세대2세들의 교육기간이 끝나면 자동적으로 학생수가 정상으로 돌아와 학교가 남아도는 현상이 나타나므로 차라리 당사자들이 불편을 겪더라도 3년만 참아 줬으면 좋겠다는 속셈이다.
교육청은 베이비붐 세대 2세들이 중학교를 완전히 졸업하는 95학년도부터는 다시 학생수가 감소, 자동적으로 학급당 학생수가 52명으로 환원되며 96학년도부터는 더욱 떨어져 학급당 학생 수는 50명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점=일선학교 교사들은 교육청에서 이들 학생들에 대한 아무런 대책 없이 학급당 학생 수만 늘릴 경우 수업 질이 떨어지는 등 교육여건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더구나 강동 지역의 경우 수용능력은 1백86학급인데 비해 학생 수는 지난해보다 4천여 명이나 늘어난 1만2천7백29명으로 이들 학생을 강동구 내에 배정할 경우 학급당인원이 68명이나 돼 심각한 부작용이 예상된다.
이에 따라 교육청은 인근지역인 송파구로 2천2백여 명을 보내 학급당인원을 57명 선으로 맞출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일선중학교사들은『교육청이 장기적인 학생 수급대책 없이 학급당 학생 수를 늘리는 응급조치로 학생들의 피해를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하고『예산타령만 할 것이 아니라 보다 현실적이고 합리적인 과밀학급 해소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정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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