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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험지사건 수사 어디서 허점 생겼나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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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공다툼에 바빠 물증 확보 않고 검거발표/공조수사 혼선 새진술 받는데만 1주일/내부사정 밝은 조씨제외 초동수사 잘못
서울신학대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을 수사중인 검찰과 경찰이 사건발생 열하루째인 31일까지 단서조차 찾지못하고 수사가 원점을 맴돌고 있어 공명심에서 비롯된 졸속수사와 공조수사의 마비가 수사를 그르쳤다는 비난을 면할 수 없게 됐다.
경찰은 범인이라고 성급히 발표한 경비원 정계택씨(44)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시간·인력을 집중투입하는 바람에 사건현장정황 및 주변인물을 상대로한 기초 수사를 게을리해 정씨 진술에 따라 수사방향이 오락가락하는 등 수사능력부재를 여실히 드러냈다.
경찰은 또 수사초기의 다각적인 탐문·방증수사를 토대로 대상을 압축해간다는 수사의 기본원칙을 무시한채 시간을 허비,구속만기에 쫓기게돼 입시문제지 도난사건은 「영구미제」로 남게될 우려를 낳고 있다.
◇경찰수사의 문제점=입시문제지 도난사건 수사의 가장 큰 잘못은 「공다툼」에서 빚어진 경찰의 성급한 범인검거 발표라는 것이 수사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경찰은 사건의 사회적 파문을 감안해 즉각 80명의 수사요원을 투입,수사본부를 발족시키면서 최기호 경기지방경찰청 제1차장을 본부장으로 임명했으나 당시 최차장은 부친상을 당해 고향에 내려가 있어 「형식에 치우친 임명」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경찰은 사건발생 이틀만인 22일 경비원 정씨가 범행을 자백하자 검찰과의 공적다툼을 의식,물적증거를 확보하지도 않은채 「자백 한시간반」만에 범인검거사실을 서둘러 발표했다.
그러나 정씨에 대한 거짓말탐지기 조사결과,정씨가 「범인이 아니다」라는 종합의견이 제시되고 조사직후부터 범행일체를 부인하자 다각적 수사를 하지않아 기초탐문자료조차 확보치 못한채 「정씨가 범인이다」라는 막연한 심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경기경찰청과 부천서 수사요원사이에 공조 수사마저 이뤄지지 않아 반복수사로 인한 시간낭비가 많았을뿐만 아니라 수사의욕도 없어 자백 7일만에야 정씨로부터 『갖고있던 키 뭉치속에 교무처문을 열수있는 보조키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모른다고 허위진술했다』는 등의 새로운 진술을 받아내는 등 수사의 문제점을 노출시켰다.
이에 따라 수사본부를 재편성한 경찰은 몇가지의 정황증거와 탐문결과를 토대로 정씨의 「배후 인물」이 있다고 판단,그동안 수사선상에서 제외됐던 「학장연임을 둘러싼 교내의 갈등세력」과 경비과장 조병술씨(56)등에 대한 본격수사에 나섰으나 수사 이틀만인 지난 28일 조씨가 자살,또다시 수사가 벽에 부닥쳤다.
조씨 자살사실이 알려지자 당초 경찰은 『수사가 압축돼 오자 자살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범행관련 사실을 입증할만한 증거수집에 총력을 기울였으나 물증확보에 역시 실패하자 겉으로는 「자책감에 따른 단순자살」로 의미를 축소한채 학교측 인사들을 중심으로 자작극 가능성에 대해 집중조사를 벌이고 있다.
◇검찰수사=경찰의 범인검거 보고 즉시 검사들을 경찰서로 보내 마찰까지 빚어가며 직접 수사에 나섰던 검찰은 경찰의 수사가 지지부진하자 특별수사본부까지 설치되어 있음에도 수사에 발을 빼 「보신주의적 수사」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특별수사반장인 인천지검 정충수 부장검사는 사건발생 5일째인 지난 25일 경비원 정씨를 편법구속하면서 기자회견을 가진뒤 다음날 검사 4명을 대동,현장조사를 하는 등 적극성을 보였으나 수사가 난항을 거듭하자 소극적으로 수사자세를 전환했다.<부천=이철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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