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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대중화" 기치…민중극단 30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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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극단 중 가장 왕성한 공연활동을 펼쳐 온 민중극단이 창립 30주년을 맞아 30일 현대문화극장에서 기념공연『위험한 관계』의 막을 올렸다.
민중은 62년 실험극장에 이어 두 번째로 동 인제 극단으로 출발, 무려 2백여 편에 이르는 공연을 무대화함으로써 양면에서는 단연 수위를 자랑한다. 대표적인 작품도 뮤지컬『아가씨와 건달들』『카바레』『서푼짜리 오페라』, 창작극으로『칠산리』『게사니』, 번역극으로 『로미오와 줄리에트』등 셰익스피어 명작 및 『연인과 타인』등 브로드웨이 통속희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게 꼽힌다.
민중이 이같이 많은 공연을 올려 온 것은 극단의 이름에서 나타나듯 연극의 대중화를 창단 이념으로 강조해 왔기 때문이다.
민중의 탄생은 2년 먼저 태어난 실험극장에 대한 일종의 반작용으로 볼 수 있다. 당시로서는 엘리트집단이라고 할 수 있는 대학연극 반 출신 이낙훈·김동훈(실험극장 대표)씨 등 이 창 단한 실험은 이름그대로 실험적인 연극을 모색하며 연극의 대중성은 상대적으로 소홀히 했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연극의 대중화」를 주장하며 민중을 창 단한 1세대가 해외유학파인 이근삼(극작가), 김정옥(자유극단 대표), 양광남(중앙대 교수)씨 등이다. 이들은 보통사람들도 즐길 수 있는 연극, 즉 알기 쉽고 재미있는 연극을 많이 만들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자고 주장했다. 이후 민중은 실험극장과 함께 60년대 우리 연극을 주도한 쌍두마차로 기록된다. 하지만 이들도 당시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그렇게 많은 공연을 하지는 못했다.
왕성한 활력의 민중은 74년, 현재의 대표인 연출가 정진수 교수(성균관대)등에 의해 재 탄생된다. 70년대 초반 유명무실해진 민중은 재 창단 되면서 당시로서는 획기적인「한 극단의 두 작품 동시공연」등 본격적인 다작활동을 시작했다. 재미있는 연극이라는 취지에 따라 80년대 들어서는『아가씨와 건달들』로 대표되는 뮤지컬의 시대를 앞장서 열기도 했다.
많은 작품을 올리는 만큼 연극인 배출도 많았다. 윤석화·김지숙 등 이『아가씨와 건달들』이 탄생시킨 히로인이며, 중견 남자 배우 윤주상·이승철 등도 민중에서 나왔다.
민중이 창 단 30주년을 기념해 올린『위험한 관계』는 창 단 이념인 연극의 재미를 강조한 작품으로 주목된다. 유럽귀족사회의 타락이 극에 달한 18세기말 파리사교계를 무대로 난봉꾼의 엽 색 행각을 보여주는 도전적인 내용이다. 정진수 각색·연출에 김성녀·곽동철·강지은 등 이 출연한다. (516)7114. <오병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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