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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대성리 전 12년만에 막 내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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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국내 야외미술운동에 앞장 서 온「겨울·대성리 전」이 올해 전시회를 마지막으로 12년만에 막을 내린다.
지난 25일부터 경기도 가평군 대성리 역 뒤편 북한강변에서 펼쳐지고 있는 제12회「겨울·대성리 전」에는 젊은 작가1백23명이 참가, 겨울강변을 실험적 설치작업 열기로 녹이고 있다. 매년 1월, 같은 강변에서 펼쳐져 온 이 겨울 미술축제가 중단되는 것은「겨울」「대성리」라는 제한된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보다 다양한 행사로 확산시켜 나가고자 하기 때문.
이 미술축제를 이끌어 온 젊은 미술인 29명은 올해 전시회에 앞서 지난 24일「바깥 미술 회」(회장 김정식)를 창립,「겨울·대성리 전」을 발전적으로 해체키로 합의했다.
이들은 창립대회에서『「겨울·대성리 전」의 발전적 해체문제는 이미 85년부터 논의돼 왔다』고 전제하고『앞으로는 자연공간은 물론 인위적인 도시공간으로까지 전시공간을 확대시켜 나가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바깥 미술 회 창립선언문」을 통해『바깥미술이란 자연과 더불어 던져지는 행위의 소산이며 하늘아래 땅위에서 우리의 자연심성을 일구어 내는 과정이 소중하다』고 말했다.
물 한포기·나뭇가지, 하다못해 바람에 날리는 티끌까지도 포함한 「열린 공간」에서 전통적 정서와 현대의 예술 혼을 접목시켜 살아 있는 예술을 창출하자는 것이다.
「겨울·대성리 전」은 지난 81년 1월15∼20일 현재 전시회가 열리고 있는 바로 그 자리에서 김정식씨를 비롯, 김원명·전영희·최운영·홍선웅씨 등 31명의 젊은 작가들이 모여 실험적인 설치·행위작업을 펼쳐 신선한 화제를 불러일으켰었다.
이들은 전시장이라는 제한된 공간을 탈피해 자연 속에서 자연과 함께 느끼고 체험하는 예술을 지향했다.
초기에는 60년대 서구에서 유행한 환경·설치미술을 모방한 축제·해프닝 적 경향을 보였으나 점차 토속적 성격이 짙은 작품들이 주류를 이뤄 왔다.
이 전시회는 해를 거듭할수록 참여작가들이 늘어났고 국내 야외미술운동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이 「겨울·대성리 전」이후 84년의「비진도·격포해 안전」, 85년의「공주산성 전」, 86년의 「천마산전」등 여러 야외미술전이 잇따라 열렸다. 또 80년대 후반에는 부산의 「바다미술제」, 공주의「야투」, 지난해 부여의「구드레 야외미술제」등 많은 야외미술제가 생겨나 활발한 전시활동을 벌여 왔다.
그러나 「겨울·대성리 전」은 매년 낯모를 젊은 작가들이 모여 전시를 마친 뒤에는 헤어져 버리는 일회성행사에 그쳤으며 「바깥미술」(야외·자연미술)운동에 대한 개념정립이 부족한 실정이었다.
김 회장은『대성리 북한강변은 지역개발로 이미 초창기 때의 자연이 크게 변화돼 야외미술전 장소로 적당치 않게 되었다』고 지적하고『이제 상설 미술단체가 창립되었으므로 다양한 장소와 계절에 바깥미술전을 펼쳐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정확보를 위해 회원들이 공동으로 수익사업도 모색해 나가겠다』고 밝히고『오는 5월께 신선하고 충격적인 대규모창립 기념 전을 가질 계획』이라고 말했다.
12년간 지속돼 온「겨울·대성리 전」은 오는 31일 오후6시 김덕수 패 사물놀이공연을 뒤풀이로 한 시대를 마감한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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