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르-쿠웨이트 담합승부 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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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카타르가 참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을 1-0으로 이기는 등 3전승으로 선두를 달리고 있던 카타르가 2무1패의 쿠웨이트에 3-0으로 참패한 원인이 담합승부의 결과냐, 아니면 정신력의 해이에서 온 패배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승점 6점을 확보, 본선진출이 유력해진 카타르가 쿠웨이트로부터 수십만 달러를 받고 일부러 져 줄 것이라는 담합승부 설이 이날 경기 전부터 이곳 콸라룸푸르 시에서 끈질기게 나돌았다.
한국올림픽대표팀의 단장인 오완건 축구협회부회장도 경기시작전인 28일 오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쿠웨이트가 돈으로 올림픽진출 권을 따기 위해 이미 수십만 달러를 들여 카타르를 매수했다는 소문을 들었다』고 밝혀 충격을 주었었다.
이같은 소문은 이번 예선이 마치 극동3개국과 중동 3개국의 힘 겨루기 장 양상을 띠어 이왕이면 같은 지역에 위치해 있는 팀에 유리하게끔 승부를 조작할 수 있다는 개연성 때문에 상당히 설득력을 가진다.
특히 담합승부 설을 그럴싸하게 뒷받침하는 것은 거친 플레이로 악명 높은 두 팀이 90분 동안 한번 다투지도 않고 태클로 쓰러진 상대선수를 손을 잡아 일으켜 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는 점이다.
카타르는 앞서 3게임에서 7명의 선수가 경고, 1명이 퇴장 당했고 쿠웨이트는 5명이 경고, 1명이 퇴장명령을 받아 양 팀이 이번 경기에서 느슨한 플레이를 전개했음을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또 석연치 않은 실점상황과 발미르 로루츠 쿠웨이트감독과 에바리스토 마세도 카타르 감독이 모두 브라질 인으로 선·후배사이란 점도 모종의 거래가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그러나 초반에 승점 6점을 확보, 정신력이 해이해진 카타르가 배수의 진을 치고 달려드는 쿠웨이트에 일격을 당했다는 해석도 유력하다.
담합승부라면 3-0이란 큰 스코어 차로 져 주지는 않을 것이란 이유 때문이다.
골 득실에서 0인 카타르는 만일 최종 전에서 일본에 패할 경우 골 득실차로 탈락할 가능성도 있어 그같은 위험한 거래를 하지 않을 것이란 계산에서다.
특히 중동의 선수들이 초반승리에 너무 일찍 도취, 갑작스레 팀웍이 무너지는 경우가 허다해 이번에도 이러한 경우가 아니겠느냐는 것이 많은 축구 인들의 견해다.【콸라룸푸르=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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