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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내식당이야? 고급 음식점이야?

중앙일보

입력


"직원부터 '나는 일류다'라는 생각을 해야 일류행정서비스가 가능합니다. 받은 만큼 베풀 수 있을 테니까요."
서초구청이 달라졌다.
구내식당은 일류 식당분위기로 한층 업그레이드됐고, 헬스장과 여직원 휴게실 등 없던 것들이 생겼다.
지난달 28일 오전 11시50분 송파구청 지하 1층 '아방세홀' 구내식당. 12시 전이지만 20~30여 명의 직원이 무슨 특별한 먹을거리라도 있는 듯 줄을 서 기다리고 있었다. 270여 석을 갖춘 식당 안에는 벌써 배식을 끝낸 직원들로 반 이상 꽉 들어차 있었다. 정돈된 식탁과 우아한 분위기 덕인지 구청 식당이라기보다는 고급 음식점을 연상시켰다.
더 놀라운 것은 식판에 담긴 메뉴. 대부분 2000원 선인 구내식당 한끼가 밥과 국·김치 그리고 2~3가지의 반찬 정도를 연상하지만 직원들의 식판에는 6가지의 찬이 가지런히 놓여있었다.
인기몰이가 시작된 건 새 단장을 한 지난해 12월 말부터. 1990년 청사가 지어지면서 들어선 구내식당은 지난해 10월까지 단 한차례의 개·보수도 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직원들은 식당을 외면했고, 1300여 명의 직원 중 반도 이곳을 찾지 않았다.
"구청장님이 직원들과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직원들 후생이 이러면 되겠냐'고 하시더라고요. 반찬이 이런 데 구내식당에서 밥 먹고 싶겠느냐고요. 얼굴이 붉어졌습니다."
이후 서초구는 지난해 10월부터 리모델링 공사를 벌였다. 직원들이 밖에 나가 돈 쓰지 않아도 될 만큼 좋은 식당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다. 인테리어도 직원들이 직접 유명기업 구내식당을 찾아다니며 벤치마킹했고, 직원들에게 식당에 대한 애착심을 키우고자 식당이름도 공모했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재충전·전진'이라는 뜻의 스페인어 '아방세' 홀이다.
구내식당 직원에 대한 재교육도 했다. 직원 11명이 1개월간 고급 식당 등을 다니며 배워 서비스마인드도 무장했다. 그 끝에 '아방세홀' 구내식당은 재탄생했다.
리모델링 전에는 하루 평균 500여 명에 불과했던 식당이용 직원들이 3개월 만에 800여 명을 넘어섰고, 입소문을 타면서 이곳에서 식사하는 주민들도 200명을 넘는다. 김건숙(37·여·교통행정과)씨는 "예전에는 1주일에 겨우 한번 식당을 이용했지만 요즘은 매일같이 이용한다"며 "생활비도 한 달 평균 10만원 정도 덜 든다"고 말했다.
또 식당에 빔 프로젝트가 설치돼 점심시간이 아닐 경우 회의공간으로도 쓸 수 있다. 직원들도 접대공간을 구하느라 발품을 팔 이유도 없는 셈. 주민·기업에서 '어떻게 하면 이용할 수 있느냐'는 문의가 잇따르면서 주말과 오후 6시 이후에는 직원이 아닌 주민들도 이곳을 연회장으로 쓸 수 있도록 조례까지 만들었다.
하익봉 총무과장은 "3개월 전에는 우리가 돌아다녔는데 최근엔 우리를 보러 다른 기업에서 찾아오는 사례도 있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식당만 바뀐 게 아니다. 청사내 창고가 직원들을 위한 헬스장과 남자전용 미용실을 갖추는 한편 여성만을 위한 공간으로 2개의 휴게실도 만들어졌다. 출산을 앞둔 여성공무원에게 특히 인기다. 휴게실을 이용, 음악을 들으며 태교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남자전용미용실의 인기는 만점이다. 5000원만 내면 커트에 탈모예방 마사지서비스까지 받아 단골행렬이 줄을 잇고 있다.
헬스장에는 8대의 러닝머신과 20여 종의 체력단련기구가 갖춰졌다. 샤워장에 사우나 시설까지 구비되면서 일과시간 후면 매일같이 20~30명의 직원이 땀을 흘린다. 또 헬스장이 생긴 뒤 직원들이 헬스동호회까지 만들어져 회원 수만 50명이 넘는다. 헬스동호회장인 이시재 주택관리팀장은 "아무런 돈도 들이지 않고 운동은 물론 직원들과 친목도 다질 수 있어 1석2조의 효과를 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화는 직원들의 혁신아이디어로 이어지고 있다. 서초구 홈페이지에는 하루 평균 30여 개의 새로운 정책 아이디어가 쇄도하고, 민원인들의 격려도 잇따른다.
박성중 구청장은 "좋은 환경에서 역동적으로 일하는 직원들의 모습이 보고 싶었다"며 "보다 많은 민원인에게 '행복'을 선사하는 서초구청이 될 수 있도록 직원복지에 힘쓰겠다"고 말했다.

프리미엄 최석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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