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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타결 … 재계 일제히 환영 목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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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가뭄 속에 들린 비 소식'.

한.미 FTA가 협상 1년여 만에 타결되자 산업계는 일제히 환영을 표했다. 미국과의 교역을 획기적으로 늘려 침체한 경기를 회복하고, 성장 동력을 확충해 일본과 중국 사이에 낀 샌드위치 상황에서 벗어날 계기를 마련했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개성공단 제품의 원산지 인정 문제에 대한 논의가 미뤄지고, 교육.의료 등 88개 서비스 업종의 한국시장 개방이 제외된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미 FTA는 번영을 예약한 경제적 결혼=전국경제인연합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무역협회 등 경제5단체는 2일 일제히 논평을 내고 "선진 강국으로 성장할 기반이 마련된 만큼 경제주체의 하나인 기업들은 재도약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동시에 "한.미 FTA의 국회 비준이 이른 시일 안에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 경제 논리에 따라 FTA를 처리해야지, 농민 표를 의식한 정치 논리에 휘말려 비준을 미뤄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번 한.미 FTA 타결은 미 시장에서 중국.멕시코 등에 밀려 한국 제품이 설 땅을 잃어가던 차에 이뤄진 것이어서 재계는 더욱 반기고 있다. 멕시코는 1994년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을 계기로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 삼아 미국 시장을 잠식해 왔다. 이로 인해 미국 수입품 시장의 한국 제품 비중은 95년 3.3%에서 2005년 2.6%로 줄었다. 같은 기간 중국은 6.1%에서 14.3%로, 멕시코는 8.3%에서 10.2%로 점유율을 확 늘렸다. 재계는 한.미 FTA가 양국 간 투자 환경 개선에 관한 내용도 담고 있어 수도권 공장 신.증설 규제 등 각종 기업 활동 규제도 선진국 기준에 맞춰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주한 외국기업과 관련 단체들도 환영을 표했다. 미국계 생활용품 업체인 한국P&G 관계자는 "수입 관세가 줄어 한국에서 판매하는 제품의 경쟁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했다. 윌리엄 오벌린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AMCHAM) 회장은 "FTA 타결은 두 나라의 경제적 결혼에 비유할 수 있다"며 "그 결실은 '번영'이라는 이름의 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피해 보는 분야 대책 마련해야=재계는 농축산업 등 피해가 불가피한 분야에 대한 대책 마련을 정부에 건의했다. 전경련.대한상의.경총 등은 하나같이 "경쟁력이 취약한 농업 부문에 대해 정부 지원 대책이 나와야 한다"고 촉구했다. FTA 타결로 기업의 매출과 이익이 늘면 국가의 세수가 증가할 것이므로, 이렇게 확충한 재원을 농.축산업 경쟁력 강화에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개성공단 원산지 인정과 서비스 개방이 빨리 이뤄져야 한다는 주문도 나왔다. 중소기업중앙회는 논평에서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하면 중소업계의 활력이 크게 되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의 김용옥 FTA팀장은 "서비스 시장을 개방하면 경쟁을 통해 우리의 관련 산업 체질이 강해지고, 산업구조도 선진국형 서비스 위주로 재편되는 효과가 있다"며 "서비스시장 개방과 관련된 협상이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경제5단체는 3일 서울 프라자 호텔에서 '한.미 FTA 민간대책위원회'를 열고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 등을 초청해 FTA 타결 내용에 대해 설명을 듣기로 했다. 이 자리에는 한덕수 한.미 FTA 체결 지원위원장, 김영주 산업자원부 장관 등이, 재계에서는 조석래 전경련 회장 등 경제5단체장이 참석한다.

권혁주.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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