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오 최인호 배창호 안성기 6년만의 재기 몸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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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이제는 중견이 된 배창호 감독이 『천국의 계단』을 발표한다.
이 영화는 최인호 원작, 배창호감독, 안성기 주연의 6년만의 공동작업이자 재기 작이다.
『깊고 푸른 밤』(85년)까지 이 트리오의 영화는 흥행의 「보증수표」로 통했다.
그 후 『황진이』이래 이 팀의 위력은 급격하게 쇠락했다.
배감독은 자신의 새 영상미학을 시도해 봤으나 씁쓰레한 결과만을 맛봤다.
영화평단은 이에 대해 『치밀한 이야기구조가 약한 채 영상을 추구, 영화의 힘이 떨어졌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최씨의 「신화」도 약효가 만료된 것으로 여겨졌다.
성공한 『깊고 푸른 밤』도, 실패한 『황진이』도, 그리고 이번 『천국의 계단』도 모두 동아수출이 제작했다.
그러므로 『천국의 계단』은 제작자·원작자·감독이 단골 연기자와 합심해 잃어버린 대중과의 친화력을 회복하고자 만든 영화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배 감독은 과거 할리우드 연출스타일로 상당부분 돌아섰고 내용도 철저하게 멜러로 가져갔다.
이를 본 평자들은 대체로 그전 배 감독 영화의 매끄러운 재미가 오락적으로 살아났다고 했다.
『천국의 계단』은 신데렐라가 된 여배우가 인기 정상에서 스스로 유리구두를 벗어버리고 순수했던 옛날로 되돌아가는 이야기다.
안성기는 인기관리를 위해 신진여배우를 혹독하게 조련하는 연예계 이면의 냉혈 매니저로 나오는데 그로서는 50대의 노회한 역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주인공 오유미역은 올해 23세인 신인 이아로로 최인호씨가 잡지표지에 나온 그녀를 보고 배 감독과 함께 발탁했다.
이아로는 영화 속에서도 잡지모델이 됐다 졸지에 스타덤에 오르는데 실제 데뷔 상황과 비슷한게 공교롭다.
영화 속의 시간흐름은 9년. 그 때문에 6개월에 걸쳐 4계절을 화면에 담았다.
극중 감독 역으로 출연도 한 배 감독은 『이번 영화는 감독이 관객을 찾는 면이 강하지만 관객이 감독을 찾게 하는 나름의 작업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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