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던 포털이 마침내 사건이 커지자 이제 와 뒤늦게 대책을 세운다고 움직이기 시작했다. 모니터 요원을 더 늘리고 검색어 차단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예전엔 모니터링만으론 불가항력이라고 스스로 밝혀 놓고 이걸 다시 대안이라고 내놓으니 참으로 난감한 노릇이다. 정부도 바빠졌다. 경찰은 음란물을 올린 인물을 찾기 위한 수사에 나섰고, 정통부도 음란물 차단 대책 마련을 위한 회의를 소집했다. 인터넷에서 무슨 일만 터지면 사람을 잡아들이고 규제 방안을 마련하는 낯익은 레퍼토리가 또다시 등장한 것이다. 언론의 선정 보도도 사태를 오도하고 있다. '음란물에 빠진 포털' 식의 기사로 상황을 침소봉대하고, 아예 UCC 전체를 문제 삼아 몰아붙이려는 과잉 반응에만 그칠 뿐이다. 이럴 때면 매번 등장하는 '네티즌의 윤리의식'도 물론 중요하지만 여전히 공허하게 들린다. 다들 나름대로 분주하긴 한데 어디에도 딱히 실속은 없어 보인다.
이번 사건은 음란물 그 자체보다 모든 네티즌이 일상적으로 이용하고 있는 포털이란 공공의 장소에 음란물이 올라왔다는 점이 문제의 본질이다. 포털의 음란물은 지난해 구속된 김본좌를 연상케 한다. 일본 포르노 업자가 찍은 음란물을 국내에 유통한 김본좌나 네티즌들이 올린 음란물 동영상 UCC를 유통한 포털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오히려 포털의 음란물은 김본좌의 음란물보다 훨씬 더 고약하다. 김본좌의 음란물이 기껏해야 P2P란 뒷골목에서 은밀히 유통되던 것이라면 포털의 음란물은 메인 화면이라는 대로를 버젓이 활보하고 다닌 꼴이기 때문이다. 구속된 김본좌의 역할을 포털이 한 술 더 떠서 대신해 준 셈이다. 그나마 김본좌는 그 많은 음란물을 자신이 일일이 엄선(?)해 유통시켰다던데, 포털은 수백 명이 넘는 직원을 두고도 메인 화면에 올라온 음란물 하나 확인하지 못했으니 '김본좌만도 못한 포털'이라 해도 달리 할 말이 없을 것 같다.
지금의 포털은 방송사나 언론사보다 더 막강한 미디어 권력집단으로 군림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임도 함께 짊어져야 마땅하다. 네티즌들이 올리는 동영상을 일일이 제어하기가 힘들다며 푸념만 한다고 그 책임에서 면제되지는 않는다. 최소한 메인 화면에 노출하는 동영상만이라도 꼼꼼히 살폈어야 했다. 이 정도는 현재의 인력만으로도 얼마든지 해낼 수 있는 일이다. 이런 기본적 업무조차 제대로 수행할 능력이 없다면, 그래서 자신들에게 부여된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면 진작에 동영상 UCC 서비스를 과감히 접는 용단이라도 내릴 줄 알았어야 했다. '김본좌만도 못한 포털'이란 소리를 듣고 싶지 않다면 말이다.
민경배 경희사이버대학교 NGO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