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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먹고 덜 넣는다" 박성화號 포백 빗장축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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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 이하 청소년 축구대표팀의 박성화 감독은 수비수 출신이다. 그는 아랍에미리트(UAE)에서 벌어지고 있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에서 '선(先) 수비, 후(後) 역습'을 기본 틀로 팀을 운용했다. '박성화식 수비 축구'는 예선에서 유럽의 강호 독일을 2-0으로 꺾었지만 이후 파라과이와 미국에 연패해 가까스로 16강에 올랐다. 이 과정에서 박감독이 추구하는 스타일에 대한 찬반과 논란이 무성했다.

◇우리도 포백 할 수 있다

박감독은 프로축구 유공(현 부천 SK)과 포항 감독을 거치면서 '포백의 신봉자'라는 말을 들을 정도로 포백 수비라인을 고집해 왔다.

포백은 좌우 사이드백의 움직임에 따라 다양한 공.수 전술을 구사할 수 있고, 수비 라인을 끌어올려 미드필드의 수적 우위를 확보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지역방어와 협력 수비를 근간으로 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조직력과 전술 이해도가 떨어지면 결정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이 때문에 거스 히딩크 감독과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도 처음에는 포백을 시도했다가 나중에 스리백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박감독은 2년 동안 꾸준히 현 청소년대표팀을 조련한 결과 포백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었고, 지난해 아시아선수권 우승에 이어 올 들어 이번 대회 이전까지 국제경기에서 5승6무1패에 단 2실점만을 기록했다. 박감독은 "한국 선수들은 포백이 안 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선수들의 전술 수행 능력이 뒷받침된다면 포백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박성화호'는 견고한 수비를 바탕으로 '적게 넣고 안 먹는'경기를 할 수 있었다.

◇공격은 누가 하나

문제는 박감독의 스타일이 너무 수비 지향적이라는 데 있다. 수비에 치중하다 보니 역습 찬스가 생겨도 공격수의 숫자가 부족하거나 확률 높은 공격을 할 수 없었다.

또한 실점을 하고 나면 세밀한 공격 전개 능력이 떨어져 수비에서 공격 진영으로 긴 패스를 날리는 '뻥축구'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파라과이와 미국전에서 먼저 실점한 뒤 공격을 제대로 풀어나가지 못한 것이 방증이다. 전방의 스트라이커는 고립돼 무기력하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수비축구는 최근 국제 흐름에도 맞지 않는다는 비판이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갈수록 줄어드는 득점률을 높이기 위해 공격자를 보호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고 있다.

차범근 MBC 해설위원은 독일전이 끝난 뒤 "우리팀은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할 때 너무 소극적이다"고 지적했다. 신문선 SBS 해설위원도 "세계 정상권 팀들과 맞붙었을 때 수비 지향적인 전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 미지수"라고 걱정했다.

아부다비=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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