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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기술패권시대/「기술정치」만이 살 길(특별기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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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중국은 “과학흥국”기치들고 총력전/민주화에 발맞춰 기술혁신 힘써야/이상희 전 과학기술처장관·녹색삶경제연이사장
『12억 중국인을 먹여살리는 일자체가 정치입니다. 이 엄청난 일은 오로지 경제력이 있어야 가능하지 않습니까. 때문에 경제의 뿌리인 기술이 튼튼해야 합니다. 그래서 튼튼한 기술을 키우는 기술정치가 절실합니다. 중국이야말로 이젠 기술정치만이 12억인구의 살길입니다.』
이 이야기는 작년 12월초 중국 공산당간부회의에서 강조되었던 부분이다. 뭐니해도 중국은 총리로부터 상해시장에 이르기까지 상당수의 기술전문정치인이 「과학흥국」이란 기치를 높이펴고,기술정치의 총력전을 들고 있다. 그래서 미국에 있는 중국 유학생 5만2천명중 4만5천명이 기술전공이다. 벌써 정보화사회의 횃불인 통신위성분야에선 최선진국권에 돌입했고,항공기제작 분야에서도 선진국 문턱에 도달했다.
○중 위성선 선진권
3년이내에 철강·조선분야에서도 국제경쟁력의 우위를 장담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들의 1년치봉급은 우리들의 한달봉급에 지나지않는 저임금으로,더욱이 12억 머리중에 뛰어난 머리만을 골라 과학흥국총력전에 인해전술을 펴고 있다. 이미 경공업제품의 해외시장 도처에서 우리제품이 중국제품에 밀려나고 있다. 앞으로 중저가 상품이 해외시장에서 과연 몇년동안 우리수준의 기술로 버틸 수 있을까.
등소평은 정치체계의 우위를 기술패권에 두고 과학흥국의 기술정치를 진두지휘하면서 벌써 1백억달러가 넘는 무역흑자국으로 성장시키고 있다. 대륙의 중국은 그렇다치고 해양의 일본은 어떤가.
두뇌입국의 21세기 선두주자를 자임하는 일본은 기술정보,기술특허에서 미국을 앞지르기 시작했다.
그뿐인가. 21세기 최대의 정보산업시장을 눈앞에 두고 「반도체기술의 패권국이 세계경제의 패자가 된다」는 기술정치의 슬로건을 내걸었다. 그래서 다나카파는 정보산업 의원연맹을,후쿠다파는 지식산업 의원연맹을,미야자와파는 초전도 의원연맹을 앞다퉈 결성했다. 서로 경쟁하듯이 1년에 2백50개 이상의 기술관련법을 개정·제정함으로써 상황이 급변하는 기술전쟁에 신속한 입법지원을 수행하는 것이 의정활동의 급선무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령 세계에너지 자원시장이 어려워지자 에너지절약형·지식집약형산업으로 유도하기 위해 신속하게 기계공업 관계법과 전자공업 관계법을 개정하고 새로이 기계정보산업 관계법을 제정했다. 또한 우리의 신발산업처럼 개도국의 추격으로 국제경쟁력이 구조적으로 떨어진 업종은 지방경제와 국민경제의 안정화를 위해 「특정 불황산업 안정 임시조치법」을 제정하기도 했다.
○일도 정기시대로
더욱이 지속적인 산업구조의 고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산업활력의 상실,고용의 축소,지역경제의 불안 등을 완화하기 위해 「산업구조전환 원활화 임시조치법」을 제정했다. 그뿐인가. 일본경제기획청은 국가경제기획의 골격을 미래기술 예측에 초점을 맞추면서 세계경제의 바둑판을 두고 있다. 그래서 전문가들은 한결같이 「이제 일본은 정경시대에서 정기시대로,경제정치에서 기술정치로 국가경영의 틀을 바꾸었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치인의 선거공약도 지방기술경제를 위한 테크너폴리스건설,전문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기반기술개발,공해예방을 위한 환경기술개발,농가소득증대를 위한 농업기술개발등 기술정치공약을 내세우고 있고 또한 이같은 기술정치집단이 세력을 넓혀가고 있는 것이 일본 정치의 현실이다.
결국 일본의 방대한 무역흑자는 기술경쟁력의 흑자에서 오고 이같은 기술흑자는 단순히 기업경영의 노력만이 아니라 기술정치의 노력으로도 평가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행정부내에 「국가경쟁력협의회」를 발족시키고 기술경쟁력제고를 위한 기술행정의 지침을 만들도록 지시했다. 의회는 의회대로 원내총무·재무위원장등 정치거물들이 참여해 로체스터연구보고서를 만들어 경쟁국 일본에 이기는 기술전문 정치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걸프전의 승리를 보고하는 미상하양원 합동회의에서 부시 대통령은 미국의 교육법을 개정해 자국 어린이의 수학·과학실력을 세계제일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이는 바로 기술정치가 미국 어린이의 창의력을 세계제일로 만들고,더불어 장래 미국의 기술력을 세계제일로 만들겠다는 국가경영의지의 표현이기도 하다. 워싱턴의 기술비상계엄선포,통일 독일의 기술기갑군단,두뇌입국의 선두주자 일본,12억 중국의 과학흥국 총력전등….
○머리가 우리밑천
드디어 세계는 기술패권전쟁에 휘말리고 있다. 앞에서는 달리고 뒤에서 쫓아오는 처지가 우리의 입장이다. 정말 우리의 유일한 밑천은 머리뿐이 아닌가. 그래서 발상의 전환을 거듭 강조해 왔다.
사실 우리 정치도 민주화투쟁,이데올로기투쟁의 막을 내렸다. 이제는 구속과 장애를 거부하는 민주정치에서 개척과 창의를 지향하는 기술정치로 정치적 발상의 기본틀을 바꾸어야 할 때다. 물론 기술패권시대에 기업의 생산성향상과 기술혁신도 우리에겐 절박한 과제다. 그러나 더욱 절박한 과제는 정치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이다. 때문에 기술정치로의 탈바꿈은 기술패권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국민 모두의 소망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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