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정보기술(IT) 제품들이 해외 시장에서 중국의 저가 공세에 밀려나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방송용 셋톱박스의 경우 중동시장에서 한국 제품이 차지하는 점유율은 지난해 90%에서 올해엔 50%선으로 밀릴 전망이다. 셋톱박스 제조 업체인 휴맥스의 중동지사 한만수 부장은 "저가형 모델의 경우 중국은 한국산의 절반인 30달러에 제품을 내놓으며 점유율이 60%로 껑충 뛰었다"고 전했다.
중국의 통신장비 회사 화웨이(華爲)와 중싱(中興)통신은 최근 국내 업체를 따돌리고 각각 파키스탄과 인도에 이동통신 장비를 납품했다. LG전자 관계자는 "중국이 제시한 납품 단가는 우리의 4분의 1 수준으로 알려졌다"고 말했다. 중국은 2001년 삼성.LG 등에서 이동통신 장비를 수입하며 통신장비 개발 기술을 이전받은 뒤 이를 바탕으로 올 들어 자체 생산을 시작했다.
하지만 첨단 기술이 들어간 고부가가치 IT 시장에서는 아직 중국이 한국을 쫓아오지 못하고 있다. 중싱통신은 1999년 한국에 퓨처텔이란 연구법인을 세우고 한국 기술 인력을 채용해 제품을 개발하게 한 뒤 중국 내에서 휴대전화를 만드는 식으로 기술 격차를 좁혀가고 있다.
한국산업기술재단 김찬준 박사는 "최근 중국 정부는 중간단계 기술은 접어두고 바로 첨단 기술 개발에 도전하는 '기술 도약' 전략을 채택해 우리와의 격차는 더 빠른 속도로 줄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권혁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