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어선 “노략질”분노하는 어민 강창송씨(일요인터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주권까지 그물질 당해서야…”/우리어민,12년 중국옥살이도 했는데/군경 배 코앞서 영해침범 왜 그냥두나/수교도 좋지만 자존은 지켜야
『그럴수가 있는 것입니까. 가난한 우리 어민들의 재산이자 생명줄인 우리 어장의 고기를 중국어선들이 노략질해 가는데도 군함과 경찰경비정·행정선들이 쳐다만 보고 있었으니 어민들은 누굴 믿어야하고 우리주권은 누가 지키는 것입니까.』
제주도 북제주군 애월어촌계장 강창송씨(54)는 『지난해 12월10일부터 지난 1월11일까지 한달사이 우리영해안 황금어장에 중국대형기선 저인망어선단이 3백∼1백여척씩 떼지어 침범,불법조업을 계속해 왔는데도 그동안 우리 정부의 대응방식이 너무 미온적이었다고 분개했다.
그는 24년간 지역어촌계장을 맡아 가난한 어민들을 위해 어장을 지키는 파수꾼 외길을 걸어왔기에 이번 중국어선들의 영해침범 불법어로행위를 보고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수치감과 분노를 느꼈다며 정부당국의 의연한 자세확립을 촉구했다.
­지난해 12월10일부터 한달사이 세차례 10여일동안 애월,성산앞 우리영해안 어장에 중국어선 3백여척이 몰려와 불법조업을 했는데.
▲우리나라도 이제 선진국대열 진입을 눈앞에 둔 주권국가로서 이처럼 주권이 짓밟힌 것은 정말 수치스러운 일입니다.
중국어선의 위법행위에 대한 정부의 안일한 대처는 가뜩이나 어려운 우리 어민들을 고려하지 않은 처사라고 생각합니다.
나포된후 밝혀진 사실이지만 그들 어선들이 정부의 지시를 받는 공사의 배들이고 중국정부가 제작한 제주도연안어장 상세도를 갖고 있던 것을 보면 의도적으로 영해를 침범,불법어업을 자행했다고 봅니다.
­이들 중국어선단의 영해침범·불법어업이 엄연한 실정법 위반행위인데도 우리정부가 처음부터 강력대처하지 못했다는 여론이 높은데요.
▲불법어업현장에 군함과 경찰경비정·행정지도선이 엄연히 있었는데도 별 효과가 없자 소형어선에 돌멩이를 싣고나가 돌팔매질을 하며 항의하는 추자도 어민들의 들끊는 마음은 분노와 정부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했을 겁니다.
제주의 어선들도 항의하러나가려 했으나 기상악화때문에 부두에서 발만 동동굴러야 했습니다.
중국어부들이 우리를 어떻게 보았을까 하는 생각에 분통이 터졌습니다.
지난 1년동안에도 한번에 10여척씩 30여차례나 중국어선들이 우리 영해를 침범,불법어업을 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그동안 한반도 이들 어선에 대해 강경대처를 안했기 때문에 이번처럼 대규모선단이 안하무인적인 불법행위를 했다고 봅니다.
과거 우리 어선들은 중국에 의해 아무런 사전경고도 없이 나포됐고 55년에는 흑산도 근해에서 불법어업을 단속하던 우리 해경대원 4명이 무장 중국어선에 나포돼 12년동안 옥살이를 하다 풀려났으며 60년엔 해경대원 2명이 역시 무장한 중국어선에 습격당해 목숨까지 잃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러함에도 최근 우리정부가 수출촉진을 위한 한중수교에 지장을 줄 것만을 염려해 주권국의 체면을 내버린 저자세는 참기 어려운 수치입니다.
상호주권을 존중하지 못한 수교가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것이 되겠습니까.
­중국어선들 때문에 우리 어민들의 손실도 컸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구체적인 손해액은 추정하기 어렵지만 참조기·돔·삼치 등이 한창일때 우리어선들 5배여척이 출어를 못했습니다.
중국어선들은 어망이나 어구들을 바다에 마구버려 우리어선들의 해난사고에 주요 원인이 되고,제주도 지도선마저 불법어업현장에 나갔다가 어망이 「스크루」에 감겨 높은 파도에 자칫 해난사고를 당할뻔 했습니다.
특히 이들 중국어선들은 우리어선이 쳐놓은 유자망이나 연승을 끊어버려 가뜩이나 어려운 어민들을 괴롭히고 있습니다.
제주도 연안 어장은 우리나라 연안어업의 70%를 차지,영세어민들의 생활터전이 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최근 10여년사이,우리의 어업자원보호구역안(영해법상은 공해)에 중국어선들이 대거 들어와 금지 어구인 저인망과 「트롤」어업으로 치어까지 마구잡이해 가기 때문에 어장의 황폐화는 심화되고 있습니다.
실제로 10년전엔 3t짜리 어선 한척만 갖고 있어도 연간 1천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렸으나 요즘은 고기값이 3∼4배 올랐지만 연간 3백만원의 수입 올리기가 어려울 정도로 자원이 고갈되었습니다.
­중국어선들이 왜 전에 없이 무더기로 영해까지 침범하며 불법어업을 했다고 생각하시는지.
▲시기적으로 중국에서 선호하는 쥐치가 제주연안에 모이는 때이긴 하지만 그것보다도 한중수교를 앞두고 있어 한국정부가 강력한 조치를 취하지 못할 것으로 생각했던 것같습니다.
『나포까지 할 줄 몰랐다』는 중국선장의 말이 그런 뜻일 것입니다.
또 수교와 관련,중국에서 과거 대국주의적 생각으로 우리나라를 얕잡아 보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우리가 제정신을 차려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어장을 지키키 위한 적절한 방안은.
▲국내외 어선을 막론하고 불법어업을 못하게 하여 자원을 보호하는 길뿐입니다. 그러자면 우리 어업자원 보호구역안에서 철저한 단속 대책이 필요합니다.
제주도·수산청단속선을 대형화해 기상악화를 틈탄 불법어업을 못하도록 하고 해군·해경도 적극적으로 불법어업을 막아주는 제도적 전환이 필요합니다.
제주해경에도 소형 쾌속선이 여러척 있는 것으로 아는데 이런 배를 한곳에 집중시키지 말고 도내 주요어항에 배치,즉각 출동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번 대선단을 이룬 중국어선의 영해침범 불법어업도 현장 어민들의 신고로 당국이 알게됐으니 우리 어장·영해 감시가 얼마나 허술한지 처음 알았습니다.
이런 것들이 개선되어야 어장을 지킬 수 있다고 봅니다.
­우리 어선들도 중국연안에 출어하기 때문에 보복이 두려워 수산청에선 영해침범 중국어선에 대해 더욱 미온적이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어업자원은 회유하는 것이기 때문에 어느 한국가에 소속되는 것이 아니라고 봅니다. 따라서 우리어선들도 철저하게 자원을 보호하며 조업하도록 지도·감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보도에 의하면 한국·일본이 제주에 국제어업자원연구센터를 곧 건설하고 중국도 참여한다고 하는데 이런 국제적 협조체제가 조속히 마련되어야 효과적 자원보호와 함께 어업분쟁도 막을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제주=신상범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