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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국내외 현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국내에서 최초로 공식화된 컴퓨터범죄는 지난 73년 서울반포A I D차관아파트 추첨조작사건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국내에서 발생한 컴퓨터범죄로 해외에서 더 널리 알려진 최초의 공식사건은 이보다 수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그것은 71년 대구시의 미군기지에서 발견돼 미국상원 청문회에까지 보고된 사건으로 이 기지컴퓨터센터에서 일하는 우모씨 등 일단의 한국인들이 약1억달러에 달하는 미군보급 물품을 66년부터 5년간에 걸쳐 빼돌린 일이었다. 물품관리가 전산화돼 있었던 그곳에서 우씨 등은 훔쳐가기 쉬운 장소와 시간에 원하는 물품을 옮겨놓도록 컴퓨터로 미리 지시한 후 빼돌렸다. 그래서 당시 대구에서는 미군들이 긴급한 부품의 조달을 한국 암시장에 의존할 정도였다.
금융기관의 내부직원이 가공명의의 예금계좌에 예금이 있었던 것처럼 단말기를 통해 허위입력하는 금융범죄는 지난 81년을 시작으로 국내에서 급증하고 있다. 대검찰청 노연후씨의 연구에 따르면, 최근까지 국내에서 확인된 컴퓨터범죄는 30여건에 이르고 있다. 그러나 공신력실추를 우려해 숨겨진 사건들, 발각되지 않은 사건들을 포함하면 금융범죄는 수백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외국의 컴퓨터범죄도 상당히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수백건의 컴퓨터범죄가 보고되고있는데 이는 실제 발생사례의 1∼10%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있다. 비공식통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발생하는 컴퓨터범죄에 관련된 손실은 알려진 것만 매년 1백억달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마피아 등 조직범죄가 이쪽으로 손을 대기 시작해 과거에 개인적으로 절묘한 컴퓨터범죄를 일으켰던 사람들이 마피아의 포섭을 받고 있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는 등 컴퓨터범죄는 점점 더 심각한 사회문제로 확산되고 있다. 미국의 컴퓨터범죄 연구가인 돈 파커씨는 수천 가지의 컴퓨터범죄 사례를 수집하고 있는데 90%이상이 관리적 허술함 때문에 발생했고, 기술적 취약점에 기인한 것은 10%정도인 것으로 보고하고 있다. 일본의 경우에는 현금인출기사고가 특히 많고 그 외의 컴퓨터범죄는 우리 나라의 2∼3배 정도로 보고되고 있다.
외국의 컴퓨터범죄는 컴퓨터프로그램을 수정해 대차변을 맞춰 장기적으로 횡령사실을 은폐시켜나가는 고도조작범죄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반면, 우리 나라의 범죄는 단말기를 이용해 허위금액을 입금하거나 잔액을 늘린 후 이를 인출, 다음날 도피하는 식의 단순범죄가 대부분이다. 김세헌<과기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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