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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2TV 코미디 『한바탕…』 출연 오재미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8면

코미디언 오재미씨(33)가 지금과 같은 명성을 얻기 전의 일.
『친구들과 함께 검문소를 통과할 때였죠. 다른 사람들은 놔두고 저더러 주민등록증 좀 보자는 거예요. 첫 인상 때문에 그랬던 모양입니다. 그 뒤로도 검문소 등에서 여러 번 신분증검사를 받았습니다.』
요즘은 얼굴이 많이 알려져 검문소는 물론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마다 먼저 알아보고 말을 건네온다며 씩 웃는다.
오씨는 KBS-2TV 코미디프로그램 『한바탕웃음으로』 중 「봉숭아학당」코너에 출연하고 있다. 이 코너는 그가 조연급에서 주연급코미디언으로 발돋움하는 일대계기를 준 무대다.
오씨의 즉흥연기·모창·춤솜씨는 코미디계에서도 발군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에서야 연기가 마음먹은대로 되는 것 같습니다. 즉흥연기도 TV에 자주 나오다 보니 몸에 밴 듯 싶고요.』
그가 모창에 기울인 노력은 남다르다.
『80년 당시 모창하면 장두석씨였죠. 부럽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왕 시작한 김에 이 분야의 1인자가 되고 싶었죠.』
처음에는 여간 어려운게 아니었다. 그러나 유명가수들의 녹화테이프를 구입, 입모양·혀모양·행동거지 등을 집중연구한끝에 지금은 연예인등 1백여명의 목소리를 흉내낼 수 있게 됐단다.
86년 방송계에 입문, 나이에 비해 연조는 그리 길지 않은 오씨가 조심스레 말하는 코미디관은 이렇다.
『재미있는 연기를 하려면 보는 이에게 거부감을 주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귀엽게 보이는 대신 너무 똑똑하게 보여서도 곤란하죠. 정치얘기 등 코미디소재가 제한된 현재의 여건에서는 더욱 그렇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씨는 만만하게(?)보고 시작한 코미디프로가 할수록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남들이 두 번 연습할 때 다섯 번 연습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덧붙인다. 그런 그가 크게 당황한 적이 있었다.
『1년 전 녹화장에서 정신집중이 안돼 대사를 까먹고 방청객과 동료들 앞에서 9번이나 NG를 낸 적이 있습니다. 그땐 솔직히 그만두고 싶더군요.』
우락부락한 얼굴이지만 찬찬히 뜯어보면 정감이 가는 구석이 있는 오씨. 코미디언·개그맨들을 이해하고 차츰 대우해주는 주변분위기가 직업에 대한 보람을 갖게 한다면서 다시 말수 적은 평상시의 그로 돌아간다. <김기평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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